■ 스타선수 어떻게 키웠나
박지성父박성종 씨…기성용父기영옥 씨
아들 훈련을 보느라 조퇴와 결근이 늘었다. 휴가를 내서라도 아들이 있는 전지훈련 장소로 향했다. 몸에 좋다는 건 아무리 비싸도 사 먹였다. 얼마 뒤엔 직장까지 그만두고 정육점을 차려 질 좋은 고기를 아들에게 원 없이 먹였다. 정육점 운영은 아내에게 맡기고 아들이 있는 곳이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뒷바라지를 했다.박지성父박성종 씨…기성용父기영옥 씨
축구대표팀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아버지 박성종 씨 얘기다. 학창시절 체격이 왜소하고 그저 그런 실력이었던 박지성을 주목한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아버지의 믿음만큼은 한결같았다. 해외전지훈련 비용이 모자라 대출까지 받아야 하는 어려운 형편. 그래도 물심양면으로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지금은 최고 스타 자리에 올라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는 박지성은 “아버지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 아버지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자 정신적인 지주”라고 했다.
유명 축구 스타들의 뒤에는 이처럼 ‘사커 대디’가 많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끈 ‘쌍용’ 이청용(볼턴)과 기성용(셀틱)도 마찬가지. 이청용의 뒤엔 아버지 이장근 씨가 있었다. 이청용은 “언제나 내 뒤에 조용하게 서 계신 분이 아버지”라며 “축구를 즐기고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것도 아버지 덕분”이라고 전했다.
기성용의 아버지 기영옥 씨는 실업팀 축구선수 출신이다. 그는 아들이 축구에 재능을 보이자 호주로 4년 동안 축구 유학을 보낸 뒤 살던 집까지 처분해 비용을 마련했다. 기성용이 프로팀에 입단한 이후엔 전국을 돌아다니며 직접 경기를 챙겼다. ‘아버지, 인생 선배, 축구감독’이란 1인 3역이 그의 몫이었다.
해외에서 뛰는 10대 유망주 듀오 석현준(아약스)과 손흥민(함부르크)의 활약도 아버지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석현준의 아버지 석종오 씨는 연이은 사업 실패로 생계를 걱정할 만큼 힘들었지만 아들에게 줄 고기반찬만큼은 잊는 법이 없었다. 이러한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석현준은 인터뷰 때마다 ‘보물 1호’로 아버지를 꼽는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씨는 아들을 직접 지도했다. 프로축구 선수 출신으로 유소년 축구클럽인 춘천 FC 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손흥민이 8세 때부터 매일 5시간 이상 훈련을 시켰다. 평소엔 따뜻한 아버지였지만 훈련 때만큼은 ‘적당히’가 없었다.
손흥민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유럽에서 이렇게 뛸 수 있는 건 절반 이상이 아버지 몫입니다. 아버지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외롭지 않아요.”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