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정씨 ‘소변 뒷바라지’…이대호 “양 엄청나 창피해 죽을뻔”

입력 2010-08-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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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편 참 잘하죠?’ 롯데 이대호가 22일 사직 두산전에서 시즌 41호 홈런을 터트리자 아내 신혜정 씨가 활짝 웃으며 기뻐하고 있다. 사직 | 연합뉴스

9년 전 ‘임수혁 돕기 일일호프’서 첫 만남
신씨 “남편 부담 될까봐 야구장 잘 안 와”
“세계기록 세웠을땐 존경스럽기까지 했죠”

“무릎 수술 때 병실서 소변 뒷바라지
이 여인 위해 평생 살겠다 다짐했죠”

최근 9연속경기홈런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40홈런 고지에 오른 뒤 21일 마침내 타격 7개부문 선두에까지 올라선 롯데 이대호(28).

그는 요즘 “장가 잘 가서 출세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아내 신혜정 씨에 대한 고마움을 그렇게 표현하고, 자랑한다. 올시즌 자신이 이처럼 맹활약할 수 있는 게 바로 아내 신 씨 덕이란 의미다.

이대호가 신 씨를 처음 만난 건 2001년 11월, 부산 시내에서 열린 ‘임수혁 돕기 일일호프’에서였다. 당시 신인이었던 이대호의 임무는 ‘설거지’. 우연히 신 씨를 처음 본 순간 “빛이 나더라”라는 게 그의 기억. ‘설거지고 뭐고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한눈에 반해버린 그는 수소문 끝에 어렵게 연락처를 입수, 신 씨에게 다가갔지만 상대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야구 선수여서 싫은 게 아니라 너무 덩치가 커 싫다’는 신 씨에게 수개월 동안 매달렸고, 결국 마음을 얻는데 성공했다. “무진장 쫓아다녔다”는 게 그의 말이다.

본격 교제를 시작한지 몇 개월 되지 않았던 2002년 시즌 후 이대호는 무릎 수술을 받았고, 이 때 신 씨는 정성을 다해 뒷바라지를 했다. 움직일 수 없는 그를 위해 소변을 받아주기까지 했다. 당시 에피소드 하나. 수술이 끝나고 첫 소변을 보는데, 양이 엄청났다. 준비한 통이 넘칠 정도였다. 이대호는 “그 때 창피해서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 쑥스러워했다. 이대호는 당시 헌신적으로 자신을 보살펴준 신 씨에게 큰 감동을 받았고, 그 때 ‘평생 이 여자를 위해 살겠다’고 다짐한 뒤 결국 지난해 12월 결혼에 성공했다.

이대호가 22일 사직 두산전에서 41호 홈런을 친 뒤 아내를 향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직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22일 사직 두산전을 앞둔 이대호는 “오늘 모처럼 아내가 야구장에 온다”며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결국 세 번째 타석에서 2점 아치를 생산해 나들이에 나선 신 씨에게 홈런 선물을 건넸다. 중앙스탠드에 앉은 아내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며 사랑의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어느 때보다 흐뭇한 미소도 곁들였다.

신 씨는 “남편이 부담을 느낄까봐 야구장에 잘 오지 않는다. 괜히 지면 나 때문일 것 같아 자제했다. 오늘도 7월초에 온 뒤 오랜만에 온 것”이라면서”면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는 동안, 의식적으로 야구 얘기는 하지 않으려고 했다. 기록은 숫자에 불과하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조언했을 뿐”이라고 했다. “기록을 세웠을 때 존경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는 신 씨는 “특별히 잘 해주는 것도 없는데, 항상 남편이 좋은 얘기를 많이 해 줘서 고맙다. 결혼 하고 나서 더 잘해줘 항상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사직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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