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마수걸이 골의 의미

입력 2010-08-23 17: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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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21)이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셀틱 입단 후 공식 경기에서 첫 골을 기록하며 그간의 설움을 날렸다.

기성용은 23일(한국시간) 셀틱 파크에서 끝난 2010~2011 리그 2라운드 세인트 미렌과 홈경기에 3-0으로 앞선 후반 26분 교체 투입된 뒤, 10분 만에 아크 정면에서 통렬한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상대 골망을 갈랐다. 4-0 승리와 함께 셀틱은 2연승했다. 팀 동료 차두리는 허벅지 부상으로 출전 명단에서 빠졌다.


● 마수걸이 골의 의미

기성용의 닉네임은 ‘기라드’다. 잉글랜드 간판스타 스티븐 제라드(리버풀)와 플레이가 흡사하기 때문. 이날 미렌전 득점이 그랬다. ‘슛의 달인’이라 불리는 제라드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현지 언론들도 ‘(제라드에)조금도 뒤지지 않는 골’이라고 극찬했다. 디펜스뿐 아니라 공격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드러낸 대목이다.

기성용은 출전 시간이 짧은 것을 항상 아쉬워했다. FC서울에서 뛰다 1월 셀틱 유니폼을 입었지만 영양가가 없었다. 공격 성향이 강한 중앙 미드필더지만 셀틱에서의 역할은 오직 수비에 편중돼 있었다.

토니 모브레이 전 감독이 경질되고, 3월 닐 레넌 코치가 감독대행에 오른 뒤 기성용은 한 번도 정규리그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레넌이 정식 감독에 오르고 맞은 올 시즌도 벤치 신세였다. 프리시즌 중 투입된 경기 때마다 연패한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기성용은 스스로 타개책을 찾았다. 한 걸음 더 뛰며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벌였고, 강약을 조절한 정확한 패스를 구사했다. 찬스에서도 직접 마무리 짓기 위해 노력한 결과 첫골이 터졌다.




● 긍정과 동료의 힘

기성용의 미니홈피에는 ‘그라운드의 지배자, 승리하라’는 문구가 크게 쓰여 있다.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어디에도 의지할 데 없었다. 부침이 계속될수록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셀틱에 몸담은 일본 스타 나카무라 슌스케와 비교가 이뤄져 아픔이 더했다. 여기에 터키 이적설까지 흘러나왔다.

하지만 기성용의 의지는 강했다. 대표팀 선배 차두리가 셀틱으로 이적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주위에선 ‘한 팀에 한국 선수가 둘 이상이면 모두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오히려 시너지가 됐다. 기성용의 측근은 “항상 밝고 긍정적이다. 외로움을 나눌 멘토가 생긴 것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제 시작이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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