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이 너클커브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검지를 공에 찍어서 던지는 너클커브를 익히면서 오히려 슬라이더에 대한 감을 잃은 봉중근이다. 좌투수지만 오히려 좌타자 상대에 어려움을 겪자 ‘괴물’ 류현진을 통해 슬라이더 배우기에 나섰다.
너클커브로 좌타자 상대 어려움 토로
친한 후배 류현진 졸라 신무기 장착중
LG 봉중근(30·사진)은 18일 한화전을 앞두고 잠실구장 복도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괴물 못 봤냐?”고 물었다. 마침내 한화 덕아웃 뒤 복도에서 류현진(23)을 만난 그는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한 뒤 장난을 쳤다.
둘은 베이징올림픽 때 룸메이트가 된 뒤로 절친하게 지내는 사이. 그래서인지 봉중근이 짓궂은 농담을 하면 류현진은 주먹으로 감히(?) 7년 선배의 배를 가격하기도 했다. 봉중근은 “나보다 야구 잘하니까 맞아야지”라며 웃었다.
봉중근은 전날 LG전에서 9이닝 2실점으로 역투한 류현진을 두고 혀를 내둘었다. 그러더니 “괴물, 넌 슬라이더 어떻게 던지냐”며 진지하게 자문을 구했다.
본론은 ‘류현진표 슬라이더’를 탐구하겠다는 욕심.
류현진이 “나한테 뭘 배우냐”며 손사래를 쳐도 봉중근은 끈질기게 “배워야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봉중근이 ‘류현진표 슬라이더’를 배우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고교 시절까지는 그도 슬라이더가 주무기였지만 미국 진출 후 너클커브를 던지면서 슬라이더 던지는 감각을 잃어버렸다는 것.
너클커브는 검지를 구부려 공을 찍은 뒤 던지는 구종으로 커브보다 더 예리하게 꺾이며 떨어진다. 아무나 쉽게 익힐 수 있는 구종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좌타자에게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우타자 피안타율은 0.230이지만 좌타자 피안타율은 0.258. 우타자는 국내 최정상급으로 평가받는 체인지업과 너클커브로 요리하지만 좌타자에게는 류현진처럼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어야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봉중근은 무너진 LG 마운드에서 유일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해 팔꿈치 통증이 발생해 늘 보강운동을 한 뒤 마운드에 올라야한다.
7월 27일 시즌 9승을 거둔 뒤 5경기 만인 21일 잠실 넥센전에서 7이닝 2실점의 호투로 마침내 3년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봉의사’로 불리며 영웅이 된 봉중근. LG 에이스지만 한 단계 더 진화하기 위해 낮은 자세로 후배 류현진에게 배우고 있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불치하문(不恥下問)’의 자세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