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범과 보직 전격 체인지…삼성 떨쳐낼 카드 선택
4년 동안 지켜본 경험칙에 따르면 늘 그랬다. 사지에 몰릴수록 상황이 비관적일수록 기색은 더 평온해지고, 정책은 온건해진다. 속마음이야 타들어가겠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평상심을 유지하기, SK 김성근 감독의 처세술 중 하나다.
SK는 24일 문학 넥센전 선발로 이승호를 예고했다. LG 출신 이승호가 아니라 마무리 이승호(20번)다. 시즌 20세이브를 성공시킨 투수를 돌연 선발로 불러올린 깜짝 카드다. 이제껏 58경기에 등판했으나 선발은 없었다.
23일 문학구장에서 훈련을 참관한 김 감독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가위바위보로 골랐다”라는 단문이 돌아왔다. 곧이어 “(선발)투수가 없어서”라고 했다. 글로버가 2군에 내려간 뒤 생긴 공백이다.
앞서 SK는 20∼22일 대전 원정 3연전에서 송은범을 구원으로 투입했다. 이때부터 김 감독의 머릿속에서는 송은범∼이승호의 보직 맞바꿈 구상이 숨어있었던 셈이다. 송은범이 불펜에 들어오면 좌완 일색인 불펜진이 다변화된다. 반면 송은범의 연투능력은 검증된 바 없기에 리스크도 각오해야 될 모험이다.
어느새 2경기차까지 따라온 삼성을 어떻게 떨쳐낼지에 대해서는 “가진 것을 갖고 다 해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긴 호흡을 갖되 매 경기를 필사적으로 치르겠다는 전의다. 이승호 선발 기용은 향후 SK 파격 용인술의 시작일 수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