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손아섭. 스포츠동아 DB
두산전 4-5서 화룡점정 한방
“동점타 욕심냈었는데…뿌듯”
롯데 주장 조성환은 최근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언젠가 다시 찾아올 기회를 준비하고 있었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손아섭 같은 후배들이 있어 우리가 더 강팀이 돼 가고 있다.”
그렇다. 시즌 초반 맹렬히 방망이를 휘두르던 손아섭은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져 한동안 주전 자리에서 밀려났다. 그에게 기회가 다시 찾아온 건 15일 홍성흔의 부상 낙마에 이어 주전 우익수 가르시아가 어깨에 탈이 나서였다. 비록 운의 힘이 컸지만, 조성환의 말대로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었고,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열흘만의 선발 출장이었던 18일 문학 SK전에서 1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존재감을 과시한 뒤 이후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21일 사직 두산전에서도 4타수 3안타(1홈런 포함) 1타점을 기록하는 등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는 그대로 그라운드에 투영됐고, 조성환의 칭찬처럼 이는 동료들에게도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여기까지가 전주곡이었다면, 27일 역전 결승 끝내기 홈런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나 다름없다. 손아섭은 27일 사직 두산전에서 프로 첫 끝내기 홈런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4-5로 뒤진 9회말 1사 2루에서 상대 마무리 이용찬을 상대로 짜릿한 끝내기 홈런을 쏘아 올렸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100만 관중을 돌파한 날, 사직구장을 찾은 롯데 팬들에게 큰 추억을 선물했다.
2007년 입단, 올해로 프로 4년째를 맞는 그는 “프로 데뷔 첫 안타가 역전 2루타에 결승타였다. 그 때와 같은 짜릿한 기분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맞는 순간에는 홈런인 줄 몰랐고, 1루를 돌면서 넘어간 걸 느꼈다”면서 “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여 동점타라도 기록하려고 욕심을 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롯데는 손아섭의 홈런 한방으로, 이날 SK에 일격을 가하고 분위기를 추스린 ‘순위경쟁상대’ 5위 KIA와의 간격을 6게임차 그대로 유지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싸우는 모습을 보여줬다. 9회초 에러로 실점을 했지만 투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면서 “손아섭이 끝내기 홈런으로 이에 보답했다”고 평가했다.
사직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