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히어로즈 김시진 감독. 스포츠동아DB
선발요원 김성현 불펜대기…능력 점검
“지난 2년 동안 골치 많이 썩었잖아요. 나도 이런 날도 있어야지.” 7위이지만 웃는다. 넥센 김시진(52·사진) 감독의 얘기다. 불과 6월까지만 해도 ‘오늘은 또 누구를 마운드에 올리나’ 고심했던 김 감독이지만, 이제 자신있게 말한다. “내년 시즌 (투수운용에)계산이 섰다”고. 대강의 밑그림 속에서 넥센은 새로운 테스트를 하고 있다.○풍성해질 내년 마운드 ‘선발도 불펜 테스트’
넥센은 31일 잠실 LG전에서 선발요원 김성현을 불펜에 대기시켰다. 단순히 드문드문한 경기 일정 때문에 선발로테이션에 변화를 준 것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현재 선발들이 불펜으로서의 능력은 어떤지 점검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넥센은 조만간 선발 김성태와 고원준도 한 경기에 몰아넣을 계획이다.
현재 넥센 2군에는 부상 등의 이유로 빠졌던 황두성과 강윤구, 금민철, 김영민 등이 착실히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모두 선발이 가능한 투수들. 김 감독은 이들을 내년 시즌 전력감으로 분류하고 있다. 올시즌 넥센의 주축으로 자리잡은 김성태∼김성현∼고원준 선발트리오와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5인 선발체제를 가정할 때, 2인은 불펜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단순히 선발에서 밀린 투수들이 불펜으로 이동하는 개념은 아니다. 황금분할을 위한 시도다. 부상재발이 걱정되는 선수라면 차라리 꾸준한 휴식이 보장되는 선발이 낫다. 김 감독은 “멘털(담력)이 좋고, 회복능력이 빠른 투수”를 불펜의 조건으로 꼽았다.
○투수진 완성의 다음 포석, ‘용병타자도 고려’
전반기 종료와 함께 넥센은 용병타자 덕 클락을 퇴출시키고, 투수 니코스키를 영입했다. 당시 김 감독은 “내년시즌 니코스키를 계약하기 위한 검증과정이기도 하다”고 했었다. 2011시즌 외국인선수를 모두 투수 쪽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김 감독 의중에 미묘한 변화가 엿보인다. 국내투수들만으로도 충분하다면, 굳이 용병투수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넥센은 투수력에 비해 타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브룸바 이후 무게감 있는 중심타자의 부재가 아쉬웠다. 김 감독은 “일단, 능력을 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타자 1명, 투수 1명도 생각하고 있다”며 달라진 구상을 밝혔다.
모두 국내투수들의 급성장과 안정화가 가져온 결과다.목동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