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설기현이 14일(한국시간)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 앞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 | 포항 스틸러스
결전 앞둔 설기현 만나보니…
설기현(31·포항 스틸러스)은 순둥이? 마음이 여리다?십분 이해가 간다. 상대를 윽박지르거나 화를 내는 모습은 여간 보기 힘들다. 후배들이 유니폼 상의가 찢어질 정도로 옷을 잡아채며 몸싸움을 걸어와도 아무 말 없이 툭툭 털고 일어난다.
“짜증을 낼 만하지 않냐”고 묻자 “그럴 때일수록 오히려 먼저 손을 잡아 일으켜 주면 십중팔구 경기 후 ‘아까는 죄송했다’고 정중하게 사과해요. 제가 ‘괜찮다. 그라운드에 선후배가 어디 있냐. 오늘 플레이는 훌륭했다’고 칭찬해주면 또 기분 좋아 하구요”라며 웃음 짓는다.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다. 그도 몰랐던 강한 ‘독’이 내면에 숨겨져 있다. 거친 유럽 리그를 홀로 버텨온 힘도 여기에 근거한다. 설기현이 선수 은퇴 후 지도자를 꿈꾸는 것 역시 이런 그의 강한 뚝심과 무관치 않다.
“선수 때도 그렇고 지도자가 되면 어쩔 수 없이 가질 수밖에 없는 팽팽한 긴장감 같은 것을 즐기는 제 모습을 볼 때면 스스로도 놀라요.”
그래서일까. 일전을 하루 앞두고도 설기현은 담담했다.
포항은 15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이란 조바한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원정 1차전을 치른다. 1500m 고지대에 원정 팀의 무덤으로 불리는 곳이다. 여기서 이기면 다시 알 힐랄(사우디)-알 가파라(카타르) 승자와 4강에서 붙는다. 지옥의 중동 원정을 또 거쳐야 한다. 그러나 설기현은 “이렇게 강팀들을 이기고 올라서서 2연패를 달성하면 진정한 챔피언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부쩍 자신감을 보였다. 14일 포항 선수단이 묵고 있는 이스파한의 한 호텔 로비에서 설기현을 만났다.
○12월까지 축구해야죠
포항은 K리그 정규리그 6강 PO 진출이 힘들어졌다. FA컵과 컵 대회도 일찌감치 떨어졌다. 챔스리그에서 탈락하면 11월 초 올 시즌은 끝이 난다.
K리그 최종전은 11월 7일이다. 그러나 챔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면 12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
“제가 전반기를 부상으로 못 뛰고 이제야 조금 팀에 보탬이 되고 있는데 이렇게 끝나 버리면 너무 허무하고 아쉽잖아요. 12월까지 축구해야죠.”
게다가 그는 챔스리그 무대에 못다 푼 한(恨)도 있다.
작년 사우디 알 힐랄 소속으로 16강에서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움 살랄에 승부차기 끝에 무릎을 꿇었다. 설기현도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켰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이번이 챔스리그 두 번째 도전이고 제가 포항 소속으로 챔스리그에서 뛰는 건 내일이 처음이잖아요. 이번 기회를 꼭 살리고 싶어요.”
○알 힐랄은 내 손바닥 위에
포항이 조바한을 눌러야 할 이유는 또 있다.
4강에 오르면 그의 친정팀이자 절친한 선배 이영표(33)의 소속 팀 알 힐랄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 이영표는 최근 설기현에게 “포항도 좋은 팀이지만 아직 알 힐랄에게는 부족하다”며 자존심을 살살 긁었다.
이영표와 맞대결보다 더 기대되는 건 바로 사우디 경험이다.
“제가 뛰던 작년과는 알 힐랄 선수 구성이 조금 바뀌었지만 주축 선수들은 90% 이상 같아요. 그들의 경기 스타일과 습성까지 하나하나 잘 알죠. 비디오 분석보다도 세밀하게 설명할 자신이 있어요.”
○나도 이제 포항맨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닌 설기현이 최근 후배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부쩍 늘렸다. 유럽에서 오래 뛰다 온 ‘하늘같은’ 선배에, 나이도 최고참급이어서 가뜩이나 후배들이 어려워하는 데 묵묵히 앉아만 있으면 분위기가 더 가라앉을 것 같아 일부러 먼저 다가섰다.
13일 코칭스태프 미팅이 끝난 뒤 전술 판까지 챙겨와 선수들끼리만 난상토론을 벌였는데 설기현도 적극 입을 열었다. 포항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후배들이 자칫 나태한 모습을 보일 때면 “이런 환경일수록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쓴 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훈련에서도 설기현의 성실함과 집중력은 좋은 모범이 되고 있다.
“유럽 선수들은 훈련할 때 집중력이 엄청 강하거든요. 슛 훈련만 봐도 우리는 무의미하게 강하게 때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은 한 번을 때려도 정확하고 예리하게 하려고 해요. 저도 처음 유럽 가서 지도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반드시 타깃을 정하고 차라’는 것이었죠. 이런 이야기를 하면 후배들도 충분히 수긍 하더라고요.”
이스파한(이란)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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