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짜릿할 순 없다” 1·2차전 연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두산 선수단이 적지에서 펼쳐진 3·4차전의 대반격을 바탕으로 5차전까지 11-4로 잡고 기분 좋은 리버스 스윕을 달성한 뒤 열광하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잠실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준PO 결산…두산 험난했던 PO 진출과정
잠실에서 2연패했지만 사직에서 2연승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먼저 승기를 잡았던 롯데가 오히려 쫓기는 형국이 됐다. 반면 기사회생한 두산은 무섭게 상승세를 탔다. 많은 야구 전문가들도 두산의 승리를 점쳤다. 야구는 ‘심리게임’이기 때문이다.두산이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승제)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3승2패로 PO에 진출했다. 2패한 팀이 이후 3연승하며 PO에 진출한 것은 사상 최초다. 지난해 준PO 1차전에서 패한 뒤 3연승하며 PO 진출권을 따내는 기염을 토한 두산이 또다시 야구가 연출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드라마를, 각본 없이 써낸 것이다.
두산은 준PO 1차전과 2차전을 뼈아프게 졌다. 2차전 패배가 가장 아쉬웠다. 선발 김선우가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으나 연장 승부(1-1)에 들어갔고, 결국 10회초 롯데 이대호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중심타선의 침묵이 패인이었다. 1·2차전 두 경기에서 김현수~김동주~최준석의 타율은 도합 24타수 2안타(0.083)에 불과했다. 삼진은 무려 10개.
두산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이 열린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은 관중들이 열정적인 응원을 펼치고 있다.
3차전을 앞둔 두산 선수들은 경기 전 전체 미팅을 했다. “3패로 지는 것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며 입을 모았고 “욕심내지 말고 1승부터 하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선봉장으로는 임재철 이종욱 손시헌이 나섰다. 특히 이종욱은 3차전 롯데선발 이재곤을 무너뜨리는 홈런을 치는가 하면, 4차전 1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김경문 감독은 “이종욱이 1회부터 몸을 날리고 출루해 선수단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허슬 플레이, 두산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을 고참선수가 선보이며 팀이 다시 우뚝 섰다는 의미였다.
선배들이 몸을 아끼지 않자 정수빈 용덕한 이원석 등 후배들도 펄펄 날기 시작했다. 득점권 빈타에 허덕였지만 적시타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어수선했던 내야도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몇 차례의 호수비에 롯데의 좋았던 흐름이 끊겼다. 다시 승부는 원점. 팀의 운명이 걸린 5차전에서도 두산은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상하위타선 구분없이 롯데 투수들을 두들기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준PO 5경기를 두고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가을잔치다운 멋진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롯데 조성환도 “매순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경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만큼 양팀 모두 최선을 다한 명승부였다.
그러나 승자는 웃고,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이다. 승리의 기쁨에 한껏 취한 두산도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삼성과의 대결을 준비해야 한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김종원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