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가 떴다] “엄마표 찌개가 보약이라는 아들…이제 맘껏 끓여줘요”

입력 2010-10-06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세상 가장 맛있는 요리의 숫자는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고 했다. 어머니 손맛이 담긴 매콤한 소고기 찌개. 두산 오재원에게는 그것이 천하일미다. 마찬가지로, 아버지 오병현(왼쪽) 씨와 동생 혜원 씨의 응원 역시 그에게는 특별하다.

■ 두산 오재원의 아버지와 여동생

기러기 아들 안타까워 온가족이 서울로 이사
여동생 “오빠와 함께 다니면 여친으로 오해”


5일 잠실. 1루쪽 관중석에서 두산 오재원의 아버지 오병현(50) 씨를 만나기로 했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때 갑자기 한 쪽 귀에 피어싱을 한 미중년이 먼저 인사를 한다. 30대 후반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동안에 트레이닝복으로 멋을 낸 센스까지. 오재원이 두산팬들에게 멋진 외모로 ‘폭풍간지’로 불리는 이유를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젊은 아빠’지만 아들에 대한 오 씨의 사랑은 깊고 또 깊었다. 창원집에서 먼 길 오셨다고 인사하자, 오 씨는 “올해 초 온 가족이 서울로 이사 왔어요. 함께 있으니까 잘 먹이고, 잘 먹고 너무 좋아요”라며 활짝 웃는다.

오 씨는 창원에서 오랜 시간 음식점을 경영했다. 아들이 야구를 시작하고 중학교 때 서울로 유학을 떠난 후 지난해까지 떨어져 살았다. “서울에 계신 (오)재원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봐주셨어요. 가족이 너무 오래 떨어져 있는 것 같아 지난해 모든 거 다 정리하고 서울에 왔습니다. 온 가족이 밥 한 끼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오재원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어머니 배순옥(50) 씨가 매콤하게 끓여주는 소고기 찌개다. 오 씨는 “재원이가 엄마 찌개가 보약이라며 보양식도 잘 안 먹어요. 엄마가 찌개 끓였다고 하면 자다가도 일어나 먹는 아이인데, 그동안 해줄 수가 없어서 안타까웠죠. 엄마가 종종 창원에서 찌개를 푹 끓여서 나눠 담은 후 꽁꽁 얼려서 서울로 가져오곤 했는데, 이제 직접 끓여 함께 먹으니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오재원은 인기구단 두산에서도 여성팬이 많기로 유명하다.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오빠를 응원하던 여동생 혜원(21) 씨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얼마나 자상한지 모른다”며 오빠를 자랑했다.“한 번은 야구장에 왔다가 오빠 차를 타고 함께 가는데 팬들이 갑자기 둘러싸고 ‘옆에 여자는 누구예요?’라고 물어보는 거예요(웃음). 오빠가 여성팬들에게 인기있는 모습이 지금도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항상 감사할 뿐이죠.”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한 오재원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몸을 날리는 호수비로 맹활약했다. 묵묵히 아들을 응원하는 아버지, 그러나 항상 마음은 물가에 아이 내놓은 심정이다. “부모 마음 다 똑같잖아요. 조금 부진한 날이면 저도 몸살을 앓아요. 우리 아들, 더 열심히 해서 항상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경기가 무르익고 오 씨 부녀는 올해 잠실에서 아들, 오빠를 더 응원하고 싶다며 목청껏 “두산!”과 “오재원!”을 외쳤다.

잠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