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가 떴다] 삼성 차우찬의 부모님 “우리 아들이 선발…떨려 못보겠어요”

입력 2010-10-08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차우찬의 어머니 정인순, 아버지 차봉택 씨가 7일 대구구장에서 선발 등판을 앞둔 아들의 호투를 바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있다.

시즌중엔 부담 줄까봐 숨어서 관전
아들 PO초청에 군산→대구 ‘한달음’


“프로갈래요. 전 괜찮아요. 아빠.”

아버지의 마음은 쓰렸다. ‘대학만은 꼭 보내고 싶었는데…. 미안하다. 아들아.’ 아버지는 아쉬움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서울의 명문대학에서도 관심을 보였지만, 집안형편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차우찬(23)이 군산상고 2학년 때의 일이다. 아버지가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가장(家長)의 몸이 불편해지면서 가세(家勢)도 기울었다. 부모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듬직한 맏아들은 이미 어른이었다. 계약금 1억5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지금은 185cm·80kg의 당당한 체구지만,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비쩍 마른 체격. 지역에서는 손가락 안에 꼽히는 투수였지만, 서울에서 열리는 대회를 가면 아버지부터 주눅이 들었다. “얼마나 체격도 좋고 잘 던지는 애들이 많던지…. 그 때는 정말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프로가면 안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 우리 아들이….”

7일 대구에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PO) 1차전. 경기시작 2시간 전부터 3루 측 응원석에서는 중년부부가 초조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차우찬의 아버지 차봉택(51) 씨와 어머니 정인순(48) 씨였다. “도저히 못 보겠어요.” 두 손을 곱게 가슴에 포갠 어머니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바로 전날이었다. 미디어데이를 TV로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 1차전 선발투수는 차우찬 입니다.” TV에서 들려오는 선동열 감독의 목소리에 부부는 잠시 멍해졌다. 놀람…, 기쁨…, 뿌듯함…, 대견함…. 아들의 마음도 그랬을까. 같고도 또 다른 감정들이 연속해서 물결쳤다. 하지만 마지막에 남은 감정은 ‘부담감’이었다. 아들의 마음도 또 그랬을까.

아들에게 행여 부담을 줄까, 항상 경기장 구석에서 몰래 지켜봤던 경기. 하지만 종료 후에는 꼭 ‘왜 숨어서 보세요’라고 문자메시지가 왔다. ‘대체 어떻게 우리가 온 것을 알았던 걸까.’ 아들은 인터뷰를 통해 “꼭 부모님을 경기장에 초대하고 싶다”고 밝힌 터였다. “언제냐?”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 마냥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1차전 꼭 와주세요. 표는 제가 구해놨어요.” 하필이면 그 무대가 차우찬 야구인생에서 가장 중압감이 클 경기였다. 당연히 군산에서 대구까지는 한달음이었다.

어머니는 “얼마 전, 대구에 와서 (차)우찬이가 좋아하는 얼큰한 해물요리를 해줬다”고 했다. 차우찬의 아버지와 큰 아버지는 군산에서 방앗간을 경영한다. 고춧가루의 재료로는 당연히 집에서 빻아온 최고급 태양초를 썼다. 올 가을 아들이 매운 맛을 보여주길 간절히 기원하면서…. 아버지는 “이제야 아들을 대학 못 보낸 한이 풀리는 것 같다”며 웃었다.

대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