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임태훈. 스포츠동아DB
두산 임태훈의 어머니 이순자(50) 씨는 아들을 한 마디로 표현해달라는 말에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아들”이라고 했다. “속도 깊고 인간성 좋고 배려심 많고….” 한 번 시작한 막내아들 자랑이 끊이질 않았다. 이 씨는 임태훈과 쇼핑도 가고 영화도 함께 보러 다니는 친구 같은 어머니지만 아들이 야구선수로 살아갈 수 있게끔 이끌어준 은인이기도 하다.
아들에게
아들, 쑥스러워서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 처음에 네게 편지를 보내라고 해서 매일 얼굴 보면서 할 말이 또 있을까 싶었는데….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말이 생각보다 많더라고.
우리 아들은 내가 낳았지만 속이 참 깊어. 겉으로는 장난끼도 많고 철부지 같은데 마음씀씀이도 그렇고, 힘들어도 꾹 참는 모습도 그렇고. 한편으로는 너의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엄마 마음 한구석이 아프기도 해.
지금이야 괜찮아졌지만, 아빠가 은행을 그만두시고 손댔던 사업이 잘 안 되면서 우리 집이 많이 힘들었을 때 있잖아. 그때도 넌 엄마, 아빠가 더 힘들까봐 힘든 내색 한 번 안 했지. 집안사정이 좋지 않아 그렇게 좋아하는 야구를 그만두게 됐는데도 불평 한 번 안 했어. 심지어 주변 사람들이 “태훈이가 힘들었었나?”라고 말할 정도로.
야구선수하려면 커야한다고 자면서도 키 크려고 노력하던 너였는데…. 초등학교 야구부 신청이 하루 남았다고 엄마를 조르던 모습이 눈에 지금도 선한데…. 엄마, 아빠가 그 꿈을 접게 한 것 같아서,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철이 너무 빨리 든 게 아닌가 싶어 늘 미안했어.
그런데 아들, 엄마는 그때 결심한 게 있어. ‘앞으로 두 번 다시 태훈이가 좋아하는 야구를 포기하지 않도록 내가 열심히 뛰어야겠다.’ 집이 어려워지고 이후 여러 가지 일을 참 많이 했지만 너를 생각하면 엄마는 하나도 힘들지 않았단다. 그리고 네가 프로에 입단했을 때도 추운 날, 더운 날 가리지 않고 고생하면서 애썼던 고생이 보상 받는 것 같아 이 세상이 다 내 것 같았어.
아들, 올 시즌은 많이 아파서 힘들었지? 늘 “홈런 안 맞는 투수가 어디 있냐. 늘 이기기만 하는 투수가 어디 있냐. 즐기면서 하라”고 말했지만 올해는 네가 공 하나 하나 던질 때마다 엄마도 마음이 아팠어. 그래도 우리 태훈이는 어릴 때부터 지는 걸 죽기보다 싫어했잖아. 머리도 좋아서 학급반장은 독차지 하는 똘똘한 아이였고. 이 위기를 현명하게 이겨내고 더욱 훌륭한 투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엄마는 믿어.
그리고 이 말은 내가 죽기 전에 꼭 해주고 싶었는데 여기서 하게 되네. 태훈아, 엄마는 네가 있어서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했고 앞으로도 행복할 거야.
정리|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