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두-이승호-엄정욱.스포츠동아DB
타자는 한방보다 팀배팅문학과 달리 대구구장은 따로 불펜이 없다. 덕아웃 앞에서 대기 투수들이 몸을 푼다. 다음에 누가 준비하는지가 바로 노출된다.
18일 3차전, SK 불펜은 1회 시작하자마자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움직였다.
카도쿠라가 첫 타자를 상대하자마자 전병두가 몸풀기를 시작하더니 5회까지 지속됐다. 그 곁에서 2회 큰 이승호, 3회 작은 이승호, 4회 엄정욱이 투구를 시작했다.
최일언 투수코치가 “2차전에서 정우람이 몸을 6번 풀었다”고 했던 말이 과장이 아님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렇듯 SK 불펜들의 노고는 잦은 등판만으로 셀 수 없다. 숫자에 찍혀 나오지 않는 노력은 더하다. 특히 삼성을 맞아 좌완 불펜의 활용 가치가 커지면서 정우람, 작은 이승호는 상시 대기나 마찬가지다. 삼성 투수인 정현욱조차 “아무리 폼이 안정됐고, 유연하다 할지라도 정말 대단하다”고 탄복할 정도다.
각도는 다르지만 타자들도 개인 욕심을 버리고 팀승리를 위해 헌신하는 마인드는 매한가지다. 세키가와 타격코치는 “2차전 최정의 역전 홈런도 대단했지만 그 앞에서 볼넷을 얻어내 출루한 이호준을 생각해달라”고 했다.
4번타자부터 한방보다는 출루를 염두에 두고 있고, 베테랑 타자들의 솔선수범은 곧 ‘치지 못해도 점수를 짜내는’ SK 야구의 특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세키가와는 “SK는 V9시절 요미우리보다 노무라 감독이 지휘한 90년대 야쿠르트 같은 팀”이라고도 했다. 나가시마와 왕정치 같은 걸출한 스타 없이 적재적소의 선수 투입으로 효율성 극대화를 실현한 야쿠르트를 떠올린 것이다.
대구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