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투혼 최형우 “다시는 울지 않으리”

입력 2010-10-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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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사타구니 통증 참아왔는데…
억울해 잠 못자…다음엔 꼭 웃는다
몸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다. 어깨 통증으로 팔을 돌리기조차 쉽지 않았고, 사타구니 통증으로 걸어 다니기도 힘들었다. 그런 아픔을 참고 뛰었지만 결과는 참혹한 4전패였다.

삼성 4번타자 최형우는 한국시리즈 4차전에 출전하기 힘든 몸이었다. 그는 3차전에서 1-2로 뒤진 3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우익선상 2루타를 치며 찬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다음타자 박한이가 희생번트를 대지 못하면서 포수 견제에 걸려 2루에서 아웃됐다. 이번 한국시리즈 4경기 중 그나마 9회말 끝까지 긴장감이 감돌았던 3차전이었기에, 이 장면은 두고두고 아쉬운 순간이었다.

승부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최형우 개인으로서도 출혈이 컸다. 당시 3루로 스타트를 끊은 뒤 갑자기 몸을 돌려 귀루하느라 왼쪽 사타구니 쪽 근육이 크게 놀랐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2루에 슬라이딩을 하느라 왼쪽 어깨 힘줄까지 늘어나고 말았다.

4차전에 앞서 훈련을 할 때 선동열 감독은 “훈련이 끝나봐야 최형우가 뛸 수 있을지 없을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이번이 생애 첫 한국시리즈. 어깨도 어깨지만 다리는 걷기조차 힘들만큼 강한 통증이 밀려왔다.

그러나 그는 “4연패로 물러날 수 없다. 뛰겠다”며 투혼을 불살랐다.

진통제를 먹고 출장을 강행한 그는 2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2루수 쪽으로 타구를 날린 뒤 전력질주로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7회말 선두타자로 나가서는 중견수 쪽 안타를 때린 뒤 2루까지 필사적으로 내달려 살았다.



그러나 그의 투혼도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최형우는 “막상 시리즈가 그대로 끝나니 아무 생각이 없더라. 한국시리즈를 처음 경험해서 그런지 눈물도 나지 않더라.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패자의 아픔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억울해 잠이 오지 않았다. 누워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다면 이런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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