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만 말을 붙여도 한스러웠던 세월의 얘기들이 쏟아진다. “아무도 그 심정을 모른다”며 아픔을 털어놓은 것은 그만큼 자신의 현 상태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뜻도 된다. 플레이오프에서 구위회복을 확인한 삼성 배영수의 거취는 그래서 더 유동적이다.스포츠동아DB
삼성은 ‘대박급 계약’ 난색 표명
日 야쿠르트 관심…거취 유동적삼성 배영수(29)는 조만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4일쯤 올해 FA 자격선수를 공시하고 나면 그 역시 FA를 선언한 뒤 본격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계획이다.
한국시리즈를 마치고 쉬고 있는 배영수는 21일 “정해진 FA 일정에 따라야겠지만 삼성과 우선협상에 주력하고 싶다. 내가 성장해온 터전인 만큼 삼성에 남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고 밝혔다. 올해는 29일부터 11월 7일까지가 원 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기간으로 예정돼 있는데 배영수는 이 기간 삼성의 오키나와 마무리 훈련에 참가한다. FA는 팀 훈련에 합류할 의무가 없는데도 자청해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한다는 얘기는 그가 잔류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협상에는 항상 상대가 있게 마련이다. 즉, 배영수에 대한 삼성의 평가가 중요하다. 어느 정도의 대우를 보장해주느냐가 관건이다. 한국시리즈 기간 중 삼성 구단 관계자는 “사실 배영수가 팔꿈치 수술 후 예전만한 위력을 보여주진 못하지 않았느냐. 우리 입장에선 내년 한해 더 확실하게 재기한 모습을 보여주고 나서 FA를 선언했으면 한다”며 “그래도 FA를 선언한다면 구단으로선 고민할 수밖에 없다. 다만 2005년과 2006년 우승할 때 기여한 점은 확실히 고려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간접적 비교대상으로는 지난해 시즌 종료 후 FA를 선언했다가 미아 위기까지 몰렸던 외야수 박한이를 들기도 했다. 올 1월 2년간 총액 10억원에 계약한 박한이보다는 후하게 대접할 수 있지만 ‘대박급’ 계약은 힘들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배영수도 이런 구단 내부의 기류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삼성이 우선이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국내 타구단 이적을 비롯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 연봉(2010년 2억2000만원)도 적지 않느냐”고 밝혔다. 더욱이 일본 구단들, 특히 야쿠르트가 배영수 영입 의사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FA 배영수의 거취는 유동적으로 보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