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용택. [스포츠동아 DB]
8년간 몸담은 곳…팀 재건 욕심
프랜차이즈 스타와 장기계약?
“다른 팀과 협상 전 잘 풀렸으면”
“난 아직 LG에서 해야할 일이 많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4일 프리에이전트(FA) 자격선수 18명의 명단을 발표한 가운데 야수 최대어로 꼽히는 박용택(31·캐리커처)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잔류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002년 프로 데뷔 후 처음 FA 자격을 얻은 박용택은 “LG에서 한 일보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잔류를 희망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그는 “이건 내 생각이고, 구단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내 생각과 다를지도…”라며 웃었다.
그가 “LG에서 할 일이 많다”고 한 것은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팀 재건에 앞장서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입단 첫해 한국시리즈까지 경험했지만 준우승에 그쳤고, 이후 8년간 LG는 가을잔치 무대의 들러리 신세로 전락했다.
올시즌 주장을 맡았던 그는 “LG에서 내가 처한 위치가 있다. 이젠 내 위로 5∼6명밖에 없다. 선배로서, 고참으로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이 별로 없다”면서 “포스트시즌도 포스트시즌이지만, LG 유니폼을 입고 우승 한번 하고 싶다”며 LG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는 달리 최악의 경우 다른 팀 이적도 고려해야 하는 게 FA선언 선수의 운명이다. 이에 대해서 박용택은 “구단과 내 생각이 비슷해서 우선협상 기간에 사인을 하고 싶다. 다른 팀과 협상하기 전에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LG는 지금까지 프랜차이즈 스타와는 FA 장기계약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외부 FA선수에 대해서는 거액을 주고 영입한 일이 많았지만, LG에서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이런 저런 이유로 팀을 떠났다. FA 시행 첫해인 2000년에는 포수 김동수가 삼성으로 이적했고, 김재현은 각서파동에 휘말리며 2005년 SK로 둥지를 옮겼다. 이병규는 2007년 일본 주니치로 진출했다. 3년 이상 계약기간을 보장한 선수는 2008년 3+1년으로 총액 34억원에 계약한 조인성이 유일하다. LG에서 FA 자격을 얻었던 양준혁은 다른 사례지만 2003년 친정팀 삼성으로 옮겨갔다.
과연 박용택의 진로는 어떻게 될까. 개인 정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박용택은 “모처럼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끔씩 등산도 하면서 심신의 피로를 풀고 있다”고 근황을 전한 뒤 “빨리 FA계약이 끝나 내년 시즌 준비를 잘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