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브레이크] 제주, 서울과 무승부…속으로 웃었다

입력 2010-10-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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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위 빅뱅이 남긴 것

징계 부상 등 주전공백…새얼굴 실험
서울과 대등한 경기 자신감 충전 수확
“2위가 PO일정 유리…선두 부담 없다”


모든 축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1,2위 빅뱅은 무승부로 끝이 났다.

‘선두’ 제주는 27일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위’ FC서울과의 K리그 27라운드 홈경기에서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제주는 홈팬들 앞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하고 올 시즌 서울과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한 설욕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무승부지만 제주에게 더 소득이 많은 결과다.


● 대체자원 발굴

이날 제주의 베스트 11은 1.5군에 가까웠다. 특히 포백 수비라인은 완전히 바뀌었다. 좌우 풀백 마철준과 이상호가 징계로 출전하지 못했고 중앙 수비수 홍정호는 부상으로 빠졌다.



박경훈 감독은 오승범-강준우-김인호-김명환 등 새로운 얼굴로 2위 서울과 ‘지명방어전’을 치렀다. 김인호와 김명환은 올 시즌 출전횟수가 각각 9경기, 7경기에 불과했고 강준우는 이날이 K리그 데뷔전이었다.

그러나 1.5군의 제주는 정예멤버 서울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전반 초반 다소 우왕좌왕했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다. 골대를 두 차례나 맞추는 등 결정적인 찬스는 오히려 제주가 더 많았다. 중앙 미드필더 구자철과 박현범이 공수에 걸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게 큰 힘이 됐다.

박경훈 감독은 남은 정규리그와 챔피언십을 대비해 대체자원 발견이라는 적지 않은 소득을 얻었다. 박 감독은 “전혀 출전경험이 없던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돼 다행이다”고 밝혔다.


● 명분보다 실리

박경훈 감독은 “정규리그 1위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늘 말해 왔다.

2위만 해도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은 확보한다. 플레이오프가 2위 팀 홈에서 벌어지고 여기서 이기면 챔피언결정전 1차전도 홈에서 치르니 컨디션 관리가 더 수월하다. 박 감독은 “PO만 이긴다는 보장이 있으면 2위가 1위보다 낫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1위라는 명분보다 실리를 챙기겠다는 논리다.

6강 PO가 도입된 이후 해마다 정규리그 1위 팀이 경기감각 유지에 애를 먹었던 걸 감안하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박 감독은 최종순위가 1위일 때와 2위일 때를 가정해 훈련과 휴식 일정을 이미 모두 짜 놓았다. 선수들에게도 1위 부담은 전혀 주지 않을 생각이다.

한편, 제주는 이날 서울과 비기면서 챔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2위를 100% 확정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구단 측에서 착각하는 바람에 경기 직후 ‘챔스리그 진출 축하 세리머니’를 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제주|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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