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KBO, 9·10구단 창단이 능사 아니다

입력 2010-10-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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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구단 의사 간과한 채 설익은 창단설 무성
인프라 확충 등 KBO 당면 과제 태산인데…
아시안게임 金 대업 앞두고 집중력만 분산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요즘 9구단, 10구단 창단 문제로 어수선하다. 26일 유영구 KBO 총재와 박완수 창원시장이 ‘신규 프로야구단(9구단) 유치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이번에는 한 미국사업가가 안산돔구장 운영권을 전제로 한국에 프로야구단 창단을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토브리그의 화제가 돌연 신생구단 창단으로 옮아가고 있다. 이상일 KBO 사무총장이 28일 밝힌 대로 “KBO와 한국야구계의 당면과제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이어야 하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관심이 분산되는 양상이다.

이상일 총장은 특히 10구단 창단과 관련한 움직임에 적잖은 불쾌감까지 표시했다. 미국 프로구단과 구장에 식음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베이션스(Ovations)의 대표 케네스 영이라는 인물이 10구단 창단 논의를 위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하리라는 얘기나, 추진단계에서 이미 여러 암초를 만나 표류하고 있는 안산돔구장의 운영권을 매개로 창단을 타진한다는 얘기가 모두 아직은 ‘설익은 감’에 불과한데도 KBO와 8개 구단의 의중은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유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일 총장은 “케네스 영이 직접 KBO와 접촉한 적은 없다. A라는 에이전트가 지난 8월 찾아와 그런 의사를 전달했는데, 당시 ‘소개장’ 같은 편지를 한 장 들고 왔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새 구단 창단 문제는 이런 식으로 소란스럽게 추진할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 그런데 A가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메이저리그 사무국을 통해 케네스 영의 신분은 이미 확인했다고 한다)

잘 알려진 대로 KBO와 한국야구계는 2007년 말 현대 구단이 공중분해될 위기를 맞아 한바탕 된서리를 맞은 바 있다. 결국 히어로즈로 현대의 명맥은 넘겨졌지만 그 와중에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인수유력후보로 거론되다 전임 KBO 수뇌부의 미숙한 일처리 때문에 잇따라 좌초했고, 급기야 실체도 불명확한 미국투자그룹까지 끼어들어 난맥상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히어로즈의 탄생으로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보는 이들은 여전히 많지 않다. 히어로즈가 기존 구단들과는 다른 실험적 성격의 구단운영방식을 택함에 따라 현재의 8구단 체제 역시 언제든 새로운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 구단들도 8구단 체제의 존속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아울러 유영구 총재는 그동안 외적 성장보다는 내실 다지기, 즉 기존 구장 개보수 및 새 구장 신축 유도 등으로 야구 인프라를 확대하는 일의 시급성을 강조해왔다. 그렇다면 답은 나온다. KBO와 한국야구계는 ‘무엇을 할 것인가’.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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