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 허각 “우승뒤 은행다녀” 2억 어디썼나?…“중졸, 부끄럽지 않지만…”

입력 2010-11-04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국의 폴 포츠’로 불리는 허각은 “톱11에 오를 때까지 폴 포츠가 누군인지 몰랐다”고 했다. 그만큼 그는 ‘생활’이 급했다. 그의 아버지는 현재 허각의 상금으로 가족들이 살 집을 알아보고 있다.

‘한국의 폴 포츠’로 불리는 허각은 “톱11에 오를 때까지 폴 포츠가 누군인지 몰랐다”고 했다. 그만큼 그는 ‘생활’이 급했다. 그의 아버지는 현재 허각의 상금으로 가족들이 살 집을 알아보고 있다.

■ ‘슈퍼스타K2’ 우승 그 후…허각, 내 마음은 이랬다

그래 맞다. 인정하고 나니 결선대결 편해져

불우한 환경을 이긴 ‘한국의 폴 포츠’? 과분
그저 노래 좋을 뿐…프로 세계, 그래서 자신

상금? 일단 대출금과 휴대폰미납료 막았죠


163cm의 작은 키, 평범한 외모, 중졸 학력, 막노동과 환풍기 수리로 생계를 이어가던 그였다. 최종 결선에서 경쟁을 하는 상대는 훤칠한 키(180cm)에 수려한 외모, 좋은 학력(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을 가진 재미동포 존박. 흔히 세상이 말하는 인생 스펙에서 나은 점이 없었다.

그래서 Mnet ‘슈퍼스타K2’에서 우승했을 때 사람들은 ‘88만원 세대의 인생역전’ ‘인간승리’ ‘공정한 사회의 상징’ 등의 찬사를 했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결국 꿈을 이룬 것을 두고 ‘한국의 폴 포츠’란 수식어도 생겼다.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 흥분과 감동의 주인공 허각(25). 그는 자신에 대한 이런 평가에 “그저 노래만 열심히 했을 뿐”이라며 덤덤한 표정이었다. ‘슈퍼스타K2’ 우승 직후부터 하루 2∼3시간을 자면서 방송출연과 공연준비, 음반작업, 각종 행사 참석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허각을 3일 스포츠동아 편집국에서 만났다.



● “한국의 폴 포츠는 과분…노래로 ‘나’를 알리고 싶어”

허각은 결선에 함께 올랐던 존박과의 비교에 대해 “노래를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꾸 외모로 비교를 해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기 때문에 마음 속으로 빨리 인정을 하니 편해졌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방송을 통해 공개된 ‘불우한 환경’이 ‘표심’을 자극해 존박을 이겼다는 평가에 대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토록 힘들게 살았는데도 노래에 대한 꿈을 저렇게 표현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시청자 투표 성적에 반영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그런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내 노래만 들었다면 과연 이런 결과를 얻었을까 생각하면 좀 씁쓸한 마음도 든다”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슈퍼스타K’ 지원서를 쓰면서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했기에 자신의 가정사와 생활고 등 프로필을 솔직하게 썼을 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한국의 폴 포츠’란 표현에 대해 “힘들게 살면서도 꿈을 잃지 않았다는 것은 비슷한 것 같지만, 과분하고 부담스럽다. 주위엔 나 같은 사람은 많다. 힘들게 지내왔지만, 노래를 위해 전진해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다.

● “냉혹한 프로의 세계, 빨리 부딪혀보고 싶어”

허각은 현재 ‘슈퍼스타K2’ 우승자의 특전인 ‘초호화 앨범’ 녹음에 한창이다. 이달 중순 음반이 나오면 ‘감동의 영웅’이 아닌 신인 가수로서 대중의 냉정한 심판을 받게 된다.

“자신은 있다. 빨리 부딪혀보고 겪어보고 싶다. 바닥으로 떨어지든 좋은 반응을 얻든 지금 생각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 분명 가수로서 부족한 것이 있을 테지만, 무조건 열심히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상파 등 다른 방송사에서의 활동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에 대해 그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가수 허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슈퍼스타K 출신’은 당연히 내게 평생 남을 수식어이지만, 이제 ‘슈퍼스타K’ 출신이 아닌 가수로서 활동할 것이다”고 했다.

허각은 ‘슈퍼스타K2’ 오디션에 함께 참가했다가 2차 예선에서 떨어진 쌍둥이 형 허공 씨와 함께 노래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오디션 당시 10시간 쯤 기다렸다 노래해 컨디션이 나쁜 것도 있지만, 이미 많은 참가자가 불러 변별력이 없는 포맨의 ‘못해’를 선곡해 부르는 실수를 했다. 뭐, (노래) 못해서 떨어졌지. 아직 노래에 대한 열정이 많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형과 듀엣으로 노래하고 싶다.”

● “자동차는 아버지에게, 상금은 일단 신용회복에 썼죠”

허각은 우승 후 편히 외출을 하지 못할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여권을 만들기 위해 인천의 한 구청을 방문했다가 사인과 기념촬영 요청에 곤란을 겪었다고 한다. 다행히 지하철에서는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오는 사람은 없어 편하다고. 우승 부상으로 받은 QM5 승용차는 아버지에게 드렸다. 그 자신은 면허증도 없고 아직은 지하철이 편하기 때문이다.

우승 직후 “상금은 가족들과 함께 살 집을 마련하는데 쓰겠다”고 밝혔는데, 최근 상금 일부를 먼저 자신과 가족의 신용을 회복하는데 썼다.

“은행을 좀 돌아다녔다. 대출금을 갚고, 아버지와 형 그리고 제 휴대폰 미납요금도 냈다. 이제 스마트폰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요금을 못내 전화기를 못 바꿨다. 스마트폰을 사면 트위터부터 하고싶다. 인터넷으로 하는 건 너무 불편하다.”

그는 “중졸 학력이 부끄럽지 않지만 공부는 더 하고 싶다”며 학업에 대한 열의도 높았다.

“노래한다고 학교 포기했던 것이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가수가 아니라 평범하게 살았더라도 공부는 해야 되는 건데. 검정고시라도 볼 생각이다. 또 대학도 한 번 가보고 싶다. (김)창렬이 형이 야구시합(KBS 2TV ‘천하무적 야구단’)중에 시험공부 하는 모습이 ‘짠’했는데, 그런 모티브는 없더라도, 공부를 해보고 싶다.”

사진제공|엠넷미디어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