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사진=동아일보
볼 코치와 떠났던 장기간의 호주 전훈. 피땀흘린 결과는 기적과 같았다.
올해 초 6570cc로 떨어진 폐활량. 베이징올림픽 때 수준으로 회복했다. 다시찾은 막판스퍼트·부력의 열쇠. 이제, 그가 새로운 신화를 준비한다.
‘마린보이’의 폐활량이 회복됐다. 수영선수에게 폐활량은 심폐지구력은 물론 부력과 직결되고, 경기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둔 박태환(21·단국대)의 금빛 역영에 청신호가 켜졌다.
박태환은 3일 호주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베이징올림픽 때와 몸 상태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그 때만큼 좋아진 것 같다”고 답했다.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송홍선 박사는 박태환의 폐활량 변화에 주목해왔다. 송 박사는 2008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환에게 과학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인물이다.
박태환이 시련을 겪었던 2009로마세계선수권 이후에는 박태환특별강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박태환 부활 프로젝트’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송 박사는 “마이클 볼 코치의 역할이 컸다”며 공을 돌렸다. 볼 코치는 호주 출신의 세계적 지도자다.
송 박사가 측정한 바에 따르면 2008년 3월 박태환의 폐활량은 6930cc로, 일반인의 2배였다. 이미 2006도하아시안게임 3관왕을 달성할 때부터 7000cc에 이르는 박태환의 엄청난 폐활량은 화제였다. 하지만 2008년 6월 6750cc, 2009년 8월 6700cc, 2010년 4월 6570cc로 폐활량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였다.
일반적으로 폐활량은 심폐지구력과 연관이 깊다. 박태환이 도하아시안게임과 2007멜버른세계선수권에서 뛰어난 막판 스퍼트를 펼친 것도 폐활량 덕이 컸다. 하지만 수영선수에게 폐활량의 하락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바로 부력의 감소다.
송 박사는 “폐에 더 많은 공기를 채울수록 부력이 좋아진다고”고 밝혔다. 몸에 튜브를 다는 것과 같은 효과다. 외국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박태환의 주종목인 400m에서 부력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10%에 이른다.
박태환은 자신의 표현대로 “피땀을 흘린” 훈련을 통해 폐활량을 회복했다. 송 박사는 8월 박태환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열린 2010팬퍼시픽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이후 폐활량을 재측정했다. 이미 6800cc 가까이 회복된 수치가 나왔다. 베이징올림픽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송 박사는 5일 “200~300cc 가량 박태환의 폐활량이 향상됐고, 7000cc 가까이 회복됐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박태환의 천부적 부력과 지구력이 다시 한번 발휘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포츠생리학의 권위자인 송 박사에 따르면 폐활량은 이미 청소년기에 결정되고, 이후에는 회복 또는 소폭의 상승이 있을 뿐이다. 박태환이 볼 코치와 함께 꾸준히 장거리훈련을 실시하면서 자신의 원래 폐활량을 되찾은 것이다.
송박사는 “박태환을 전담하는 트레이너를 통해 복식호흡을 실시해줄 것도 조언했다”고 덧붙였다.
9일 출국하는 박태환은 14일 자유형 200m, 16일 자유형 400m에서 금빛 물살을 가를 것으로 기대된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