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클리블랜드)는 사소한 부분부터 메이저리거는 뭔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야구 대표팀은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박찬호가 해냈던 압도적 활약을 추신수에게 바라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공인구보다 1.5배 정도 크기의 볼 휴대
글러브 변형될라…평상시에 공 끼워둬
방망이도 헝겊으로 감싸…각별한 정성
틈틈이 대만 전력분석도…금 의지 활활
추신수의 가방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글러브 변형될라…평상시에 공 끼워둬
방망이도 헝겊으로 감싸…각별한 정성
틈틈이 대만 전력분석도…금 의지 활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추신수(28·클리블랜드)는 유독 자신이 쓰는 용품을 애지중지한다. 어떻게 보면 ‘유별나다’고 할 정도. 방망이 하나하나를 흰색 헝겊으로 ‘보물 감싸듯’ 싸서 다니고, 스파이크도 항상 깨끗하게 유지한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때도 다른 선수보다 일찌감치 구장에 도착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용품을 깨끗이 닦고 손질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 추소민 씨가 유니폼 속에 입는 속옷까지 다려 입힐 정도로 공을 들였고,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여느 선수와 달리 자신이 쓰는 글러브나 배트, 장갑 등 용품에 쏟는 그의 정성은 각별하다.
11일 아오티 베이스볼필드2에서 열린 대표팀의 첫 현지 적응 훈련. 1루측 벤치 위에는 일반 공인구보다 1.5배 정도 크고 딱딱하지 않은 볼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볼 주인은 물론 추신수였다.
‘추신수의 특별한 공이 바로 이것!’ 11일 훈련 도중 덕아웃 내 벤치 위에 등장한 추신수의 ‘특별한 공’. 일반 공인구의 1.5배 크기인 이 연식공은 글러브의 변형을 방지하기 위해 추신수가 가방에 글러브를 넣을 때 중간에 끼워넣는 볼이다. 광저우(중국) | 전영희 기자 setupman@
그럼 그 볼은 무엇에 쓰는 것일까. 캐치볼을 할 때, 또는 외야에서 수비연습을 할 때? 물론 아니다. 그 볼은 글러브의 변형을 방지하기 위한 용도다. 그라운드에 나서는 추신수의 가방에는 다른 선수들처럼 방망이는 물론 헬멧도 들어있다. 글러브도 당연히 포함된다. 공인구 1.5배 정도 크기의 연식구 같은 볼은 글러브를 가방에 넣을 때 평상시 야구공을 잡는 위치에 들어가 혹시나 모를 글러브의 변형을 방지하는 용도다. 일반팬들 입장에서 글러브하면 어느 한쪽에 처박아 놓고, 게임할 때만 쓰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추신수는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글러브의 변형 방지를 위해 ‘특별한 공’을 끼워서 다니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 선수 중에서 글러브의 변형 방지를 위해 연식구 같은 볼을 글러브 사이에 끼워 놓는 선수는 찾아 보기 힘들다. ‘메이저리그 선수 중에서 가방에 글러브를 넣을 때 볼을 끼워넣는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에 추신수는 “하는 선수도 있고, 안 하는 선수도 있다”고 했다. 국내에선 보기 드물다고 하자 “그러냐?”고 되레 놀라는 눈치였다.
추신수의 ‘특별한 볼’은 그만큼 그가 야구에 쏟는 정성이 남다름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 병역 미필자인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에 유독 더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수촌에서 짬 날 때마다 컴퓨터를 통해 전력분석팀에서 제공한 동영상을 보며 상대 투수 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 13일 대만과의 첫 경기를 앞두고 있는 추신수는 “상대 투수가 누가 되든 상관 없다. 내가 어떤 컨디션을 보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결전을 앞두고 모든 정성을 다해 자신의 기량을 쏟아붓겠다는 의지였다.
광저우(중국)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