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스페셜] 삼성 떠난 박진만, 새 둥지 어디로?

입력 2010-1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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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만 선수. [스포츠동아 DB]

박진만 선수. [스포츠동아 DB]

삼성 세대교체 바람에 올시즌 백업
구단-본인 불편…시즌 후 이적 논의

원하는 구단과 1대 1 개별계약 이점
롯데 KIA 등 군침…SK는 접촉 시도
‘국민유격수’ 박진만(34·사진)이 11일 전격적으로 삼성과 결별했다.

삼성은 이날 ‘박진만을 2011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박진만은 자유계약선수 신분을 얻어 타 구단에서 새 출발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대신 박진만은 2년 전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하며 삼성과 잠정 합의했던 내년 연봉 6억원을 포기하고 원점에서 새 둥지를 찾아야 한다. 올시즌 선동열 감독이 진두지휘한 세대교체의 태풍에 휘말려 한참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던 그가 구단과의 담판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활로를 모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고된’ 수순…박진만에게 무슨 일이?

현대 출신 박진만은 선동열 감독이 사령탑으로 데뷔한 2005년 ‘FA 이적생’으로 삼성과 4년간 계약했다. 이어 2008년 말 다시 삼성과 3년짜리 FA 계약을 했다. 삼성과 선 감독이 2005∼2006년 한국시리즈를 2연패할 수 있었던 데는 수비의 핵 박진만의 공이 컸다.

그러나 올시즌 부진 끝에 5월 중순 2군으로 떨어졌다. 부진을 이유로 2군에 강등되기는 1996년 프로 데뷔 후 처음이었다. 6월 초 잠시 1군에 복귀했지만 곧장 2군으로 밀려났다. 시즌 막판 가까스로 1군에 복귀했지만 박진만의 자리는 2루 및 3루 백업이었다. 그 사이 고졸 2년생 김상수가 주전 유격수로 자리 잡았다.

박진만은 11일 “게임을 많이 뛸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었다. 구단에서도 나를 백업으로 쓰는 게 부담이었을 테고, 나 역시 불편했다. 감독님이 세대교체를 하려는데 내가 방해가 되는 느낌도 들었다”고 밝혔다. 구단 관계자 역시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10월 26일) 경산에서 훈련을 재개했을 때부터 박진만과 (타 구단 이적) 대화를 시작했다. 박진만이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에 공헌한 사실과 아직 은퇴하기엔 이른 나이라는 점을 고려해 본인의 의사대로 새 팀에서 기회를 열어주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박진만은 3개월 가깝게 2군에 머무는 동안 이미 삼성,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선동열 감독과의 결별을 머릿속에 그렸다. 시즌 말미 그는 “내 연봉이 적지 않은 만큼 구단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연봉협상 때 이적을 비롯한 내 생각을 구단에 전달하겠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 ‘역대 최고 가치’의 자유계약선수

적지 않은 보상금, 때에 따라선 보상선수까지 건네지는 FA와 달리 자유계약선수는 자신을 원하는 구단과 1대1 개별계약을 할 수 있다. 비록 올시즌 활약은 미미했지만 박진만에 대해선 “아직도 2∼3년 정도는 충분히 통할 기량을 지니고 있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시즌 도중 박진만이 2군으로 밀려났을 당시 팀내에서조차 흘러나온 얘기다.

박진만은 “올해 3루수와 2루수 훈련을 하면서 자존심이 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득이 된 것 같다. 새 팀에서도 유격수를 고집하지 않고, 2루수로든 3루수로든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나주환의 군입대로 내년 유격수가 비는 SK, 내야가 불안한 편인 롯데·KIA·LG, 총체적으로 전력이 부실한 한화가 솔깃할 소리다. 소식을 전해듣자마자 SK는 당장 “구단내 보고 절차를 마치는 대로 박진만과 접촉하겠다”고 화답했다. 나머지 구단들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기미다. “올해는 2위면 만족한다. 세대교체의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이후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선동열 감독이나 삼성이 결코 원치 않는 그림이 등장할 수도 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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