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헌기자의 광저우 리포트] 잡초야? 잔디야?…엉망진창 그라운드

입력 2010-1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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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대표팀 선수들은 선수촌에서 제공하는 식사가 입에 맞지 않아 고전하고 있다. 대부분 선수들이 선수촌 밥 대신에 햄버거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오랜 시간 마이너리그에서 고생했던 추신수는 “(마이너리거 때) 5년 반 동안이나 지겹게 먹었던 햄버거인데, 오늘 아침에도 먹고 나왔다”고 했다. 강민호는 “아침에 햄버거랑 맥너겟을 먹고 나왔는데, 하도 햄버거만 먹어서인지 배변이 쉽지 않다”고 털어 놨다.

식사 뿐만 아니다. 하루 전 도착한 대표팀이 광저우에서 처음 현지 훈련을 시작한 11일. 아오티 베이스볼필드2를 밟은 선수들은 “그라운드 상태가 엉망”이라고 했다. 유격수 손시헌은 “내야쪽 땅은 딱딱한 것 같으면서도 푸석푸석하다. 국내 그라운드와 달리 땅볼 타구가 오다보면 속도가 죽는다”고 했다. 한국 선수들이 경기를 치를 베이스볼필드1도 똑같은 조건이다.

외야 잔디 상황은 더 열악하다. 김강민은 “살벌한 수준”이라고 했고, 이종욱은 “베이징올림픽 때 뛰었던 우커송 구장과 또 다르다. 여기는 정말 많이 좋지 않다”고 했다. 추신수 또한 “평범하게 바운드가 돼야 할 볼이 갑자기 튀어 오른다”고 했다. 김현수는 한발 더 나아가 “슬라이딩을 하면 몸에 박힐 것 같다. 이건 잔디가 아니라 잡초 수준이다. 연못에서 물을 뺀 바닥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훈련 보조 요원이 부족한 상황이라 내야수 손시헌이 타자들을 상대로 직접 배팅볼을 던지기도 했다.

부산 합숙훈련 때 농심호텔에서 1인 1실의 편안한 생활을 하던 대표팀 선수들은 선수촌에서 4명이 한 아파트를 쓰고 있다. 텔레비전도 없어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도 막막하다는 게 선수들 얘기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광저우로 날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거구의 이대호는 비좁은 이코너미석에 끼어 앉았다가 한 관계자의 배려 덕에 비상구 앞 좌석으로 바꾸고서야 한숨을 돌렸다.

최고의 환경에서 뛰던 대표팀 선수들은 여러 상황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악조건에서 뛰고 있다. 그러나 조범현 감독의 말처럼 누가 더 빨리 적응하고, 이겨내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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