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명 선수. [스포츠동아 DB]
“종오형 대표팀 한방 쓰며 많은 도움 줘”
베이징올림픽 결선탈락후 남모를 눈물
공기소총 10m 개인전 금딸줄 몰랐는데…
2년전 아픔 잊고 광저우서 3관왕 위업
한국 선수단 첫 3관왕의 영광. 그 뒤에는 ‘아이돌’처럼 따르고 흠모했던 선배 진종오(KT)의 힘과 베이징올림픽 때 화장실에서 남모르게 흘렸던 눈물이 깔려 있었다. 베이징올림픽 결선탈락후 남모를 눈물
공기소총 10m 개인전 금딸줄 몰랐는데…
2년전 아픔 잊고 광저우서 3관왕 위업
한국 권총의 ‘차세대 대들보’ 이대명(22·한체대)이 공기권총 개인전 우승으로 한국선수단 첫 3관왕의 영광을 차지했다.
이대명은 14일 아오티 사격관에서 열린 대회 이틀째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100.8점을 쏴 본선 585점과 합계 685.8점을 기록, 684.5점을 쏜 중국의 베테랑 탄종량(585+99.5)을 2위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앞선 열린 단체전에서 진종오(581점+97.7·개인전 6위), 이상도(580점+98.8·개인전 5위)와 함께 금메달을 합작한 이대명은 하루 전 같은 종목 50m 단체전 1위에 이어 한꺼번에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이대명은 베이징올림픽 남자공기권총 본선(60발·600점만점)에서 40발까지 1위를 지키다 뼈아픈 실수로 결선 진출에 실패한 뒤 화장실을 찾아 남몰래 눈물을 쏟았던 아픔을 갖고 있다. 그로부터 2년 뒤, 그는 스스럼없이 ‘존경한다’고 말하던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KT)를 제치고 시상대에서 포효했다.
2006년 10월, 남자공기권총사상 최연소로 태극마크를 단 이대명은 이후 진종오와 한방을 썼다. 진종오의 사진찍기와 낚시 취미를 따라할 정도로 모든 것을 배우려고 했다. “4년 동안 같이 방을 쓰며 도와준 종오 형 덕분”이라고 영광을 선배에게 돌린 이대명은 “형하고는 같이 있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됐다. 정말 고맙다”고 했다. “단체전 금메달은 기대했지만,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딸 것으로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진종오는 “아내하고 보다 대명이와 함께 한 시간이 훨씬 많을 정도로 항상 같이 붙어다녔다. 그러나 내가 도와준 건 하나도 없다. 홀로 성장한 것”이라며 후배의 감사 표시에 손사래를 쳤다. 이대명이 금메달을 확정한 순간, 가장 먼저 다가가 감격의 포옹을 나눴던 그는 “대명이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내가 은퇴하는 게 아니니까 다음 아시안게임 때 개인전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도 했다.
남자권총을 지도하는 대표팀 김선일 코치는 “그동안 수십년 계속돼 왔던 중국의 아성을 깼다는데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대명이가 성격이 좋아 적극적으로 종오에게 물어보고 다가가면서 많은 걸 배웠다. 둘이 서로 경쟁자적 입장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장갑석(한체대 교수) 감독은 “50m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병역 문제가 해결되는 등 심리적인 안정을 얻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하면서 사격계의 최대 화제로 부상한 이대명의 향후 진로에 대해 “아시안게임에 오기 전 몇몇 팀에서 연봉 1억원 정도를 제시한 상태다. 이번 아시안게임으로 이대명의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저우(중국)|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