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김학만, 한진섭(왼쪽부터)으로 구성된 국가대표 남자사격팀. 사진=연합뉴스.
그리고 이런 얘길 전합니다. “비밀(secret)을 묻는데, 그런 게 어디 있나요. 아주 답변하느라 혼났네.” 혼난(?) 사람치고는 표정이 너무 밝습니다. 중국취재진에게 “한국의 성인소총 선수는 30여명이 안 된다”는 얘길 전하니, 또 한번 그들의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그리고 또 한 번 “secret”이라는 단어를 꺼냅니다.
중국체육에서 사격이 차지하는 위상을 알면, 왜 그렇게 “비밀을 알려 달라”고 하는지 이해가 됩니다. 사격(44개)은 수영(53개)과 육상(47개)에 이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3번째로 금메달이 많이 걸린 종목입니다. 중국은 사격에서 30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했습니다. 10월 월드컵 파이널에 자국선수들을 단 한 명도 출전시키지 않았을 정도로 아시안게임에 집중했지요. 하지만 웬걸요.
첫 날 권총부터 한국에게 금메달을 뺏깁니다. 중국대표팀 왕이푸(50) 감독은 자존심이 상한 듯, 표정이 굳어 있었습니다. 2004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왕이푸는 중국권총의 전설과 같은 존재거든요. 권총경기가 끝난 직후, 중국CCTV는 사격대표팀 변경수 총감독을 인터뷰했습니다. 그리고 15일까지 중국이 금메달10개를 따는 동안, 한국은 8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았습니다.
그들에게는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상황 설명이 안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비밀이 있지 않고서는 안 되는 겁니다.
한국대표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은 사격인구만 4000만 명 가까이 된다니까요. “그래서 뭐라고 (비밀에 대해) 답변하셨느냐”고 윤 코치에게 물었습니다. “중국은 자국에서 해서 부담이 돼서 그런지, 잘 못쏘는 것 같다고. 하지만 우리는 평소 실력대로 하는 거라고요.” 무릎이 탁 쳐집니다.
‘하던 대로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사격의 실력이자, 대표팀의 비밀이라는 것을요. 한국은 이곳에서 총을 더 잘 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그들의 실력을 몰랐던 것뿐이지요. 김학만이 공식기자회견장에서 “한국에서 사격은 비인기종목”이라는 말을 꺼냈을 때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아성을 무너뜨린 그들이 더 자랑스러워졌습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