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 스페셜] 피말리는 선발전만 5번…그들은 강심장!

입력 2010-11-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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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격대표팀 권나라, 이윤채, 김정미(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한국 사격대표팀 권나라, 이윤채, 김정미(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최저기록 합산 5차례 선발전 위기에 단련
진종오 효과…이대명 등 권총선수 자신감
유연한 사격복 완벽적응 금메달 사냥 한몫
한국사격이 광저우를 관통하고 있다.

사격대표팀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15일까지 금메달 8개를 수확하며 이미 목표치(금5)를 초과달성했다. 불과 대회개막 3일 만에 일군 성과다. 2006도하아시안게임(금3·은7·동10)에서의 부진을 씻고, 이제 두 자릿수 금메달에도 도전할 기세다. 한국사격 대도약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실전 같은 대표선발전,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한국사격의 대들보 진종오(31·KT)는 “사격은 기술이 아니라, 생각”이라고 말한다. 정상급 선수들의 경기에서는 결정적인 순간에도 심리적인 부분이 승부를 결정한다. “실수도 실력”이라는 말은 국제대회의 진리. 한국사격은 이런 특성을 국가대표 선발과정부터 녹여냈다.

대한사격연맹은 2010년부터 대표선발과정에 변화를 줬다. 2009년까지는 5차선발전까지 기록 중, 최저기록 한 대회를 빼고 총점을 합산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는 5차선발전의 기록 모두를 더해 대표를 선발했다. 단 한번의 실수는 곧 탈락. 대한사격연맹 장갑석(한체대 교수) 강화위원장은 “비유하자면 선수들이 이미 5번의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실전에 나선 셈”이라고 했다.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팡웨이(중국)는 남자10m공기권총 본선에서 탄알을 넣지 않고, 공(空)격발을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여자10m공기권총 단체전 1위를 달리던 카자흐스탄은 본선 막판, “남은 시간이 1분”이라는 심판의 안내방송에 놀라 5점을 쐈다. 하지만 한국의 명사수들은 어떤 순간에도 쫓기지 않았다. 15일 남자50m소총복사 결선에서 0.1점차로 1위를 달리던 김학만(상무)이 마지막 10번째 발에서 10.8점(10.9점 만점)을 쏜 것이 이를 대변한다.


○진종오 효과로 한국 권총의 수준상승




한국사격의 중심은 2000년대 초반까지 소총이었다. 한국사격의 역대 올림픽 첫 금메달(1992바르셀로나올림픽·이은철)도 소총에서 나왔다. 하지만 취약종목이던 권총에서 진종오라는 스타가 탄생하면서 두 종목의 지위가 역전됐다.

진종오의 등장은 권총선수들에게도 자신감을 심어줬다. 이후 진종오를 멘토로 삼는 이대명(한체대)까지 등장하며, 한국권총의 전반적인 수준도 상승했다. 개인뿐만 아니라 단체전에서도 국제경쟁력을 갖췄다. 이대명은 “(진)종오 형을 보고 배우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라고 말한다.


○한국소총 사격복에 대한 적응기 지나며 재도약

200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소총의 침체는 사격복의 규정 변화와도 맥을 같이 한다. 한국소총은 2000시드니올림픽 전까지 강도가 높은 사격복을 입었다. 본드를 사격복에 바르는 일도 있을 정도였다. 사격복의 두께와 강도는 총을 고정시키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하지만 “한국선수들은 사격복을 입으면, 로봇처럼 움직인다”는 타국의 항의 속에, 국제사격연맹은 사격복 규정을 강화했다. 1986서울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대표팀 차영철(KT감독) 코치는 “이제 한국선수들이 유연한 사격복에 대한 적응기를 마쳤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낸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남자50m소총3자세(18일) 등에서 또 한번 금메달에 도전한다.

광저우(중국)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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