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전문 게이머, 프로게이머’라는 말이 예전처럼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유명 프로게이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세간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그들의 경기가 있는 곳이면 여느 프로 스포츠 선수 못지 않게 많은 관람객이 몰리곤 한다. 또한, 프로야구 홈런타자의 야구배트나 프로축구 득점왕의 축구화와 같이 그들이 사용하는 키보드, 마우스 조차도 관심거리가 된다. 이렇듯 컴퓨터 게임을 즐기기 위해 자신 만의 키보드, 마우스, 마우스패드 등을 챙기는 모습은 이제 일반 게이머들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전세계 게이머들을 위해 다양한 게임 전용 주변기기를 제조하는 업체가 레이저(Razer)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칼스버그에 본사를 둔 레이저는 ‘게이머에 의한, 게이머를 위한’ 주변기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모토로 하고 있다. 주요 제품군으로는 스피커, 헤드셋, 키보드, 마우스, 마우스패드 등이며, 국내에도 ‘데쓰에더’와 같은 스테디셀러가 오랜 동안 게이머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IT동아는 국내 최대의 게임박람회인 지스타 2010 행사에 참가한 레이저 공동설립자인 민 리앙 탄(Min-Liang Tan, 이하 민) CEO와 만남을 갖고 향후 한국 시장에 대한 판매 전략과 게이머 전문 주변기기 제조업체 CEO로서 가지고 있는 생각 등을 들어 봤다.
IT동아: 세계 시장에서 레이저는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사실상 한국 시장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레이저’라는 브랜드를 잘 모르는 국내 사용자에게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민: 레이저는 1998년 공동설립자인 ‘레이저가이’ 로버트 크라코프와 같이 설립했으며,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주변기기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전문 게이밍 주변기기 제조사다. 설립시기부터 지금까지 각 게임의 프로게이머들과 협력해 그들의 의견이 듣고, 게이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주변기기를 개발, 생산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세계에서 인정하는 e-스포츠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라 한국 시장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한국 시장만을 위한 다양한 제품과 많은 활동을 기획하고 있으니 관심을 부탁한다.
IT동아: 방금 로버트 크라코프를 ‘레이저가이’라고 말한 것처럼 민 자신도 ‘레이저맨’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레이저가이’, ‘레이저맨’에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민: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회사를 대표하는 두 명의 CEO로 더 친근감을 표현하기 위한 한 방법일 뿐이다. 부가 설명을 하자면, ‘레이저가이’ 크라코프는 언론을 상대하는 제품 홍보 일을 주로 하고, 나는 제품 전반의 디자인과 기획을 세우는 일에 더 몰두하고 있다.
IT동아: 그렇다면 회사 내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담당하고 있으며, 어떤 의도로 회사를 설립했는지 알려달라.
민: 나는 레이저에서 회사의 장기적인 목표, 전략, 계획, 정책 등을 기획하고 수립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내 명함에 CEO라는 직함 외에 ‘Chief Gamer’라는 것을 볼 수 있듯이, 나는 스스로 게이머라는 사실을 공개하고 싶다. 과거 한국에서 활동했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기욤 패트리’와도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 사이이다. 게임을 직접 즐기는 것을 좋아했고, ‘게이머들이 원하는 기능을 담아낸 마우스나 키보드는 없을까?’라는 생각에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다. 즉 게이머를 위한 제품은 게이머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IT동아: 레이저를 비롯해 한국 내에 진출한 게이밍 주변기기 제조업체가 여럿 있다. 게이머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이런 고가의 제품들을 어떻게 소개하고 홍보하는지 궁금하다.
민: 게이머를 위한 회사들은 사실상 시장에서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꼭 어떤 방식으로 제품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없다. 그저 프로게이머나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적합한 제품을 만들면 그만이라 생각한다. 제품의 디자인(외형만이 아니라 성능, 기능 등을 포함한다)을 바꿈으로써 게임을 ‘더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일단 한번 경험해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시장에 처음 제품을 출시할 때, 유명 프로게이머를 내세워서 홍보하면 효과적일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예를 들어, 제품 박스에 임요환이나 이윤열 선수 등의 모습을 새겨 넣으면 될 것이다. 하지만, 레이저는 그런 홍보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품 개발에 더 투자하고 있다.
최근 레이저 제품을 사용하는 한국 프로게이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제품을 따로 제공하지 않아도 한국 프로게이머들은 레이저 제품의 성능과 기능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이머를 위한 제품을 잘 만들어 그들이 인정할 만한 수준이 되면 일반 사용자들도 자연스레 그들을 따라하게 될 것이고, 이는 제품 판매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본다.
IT동아: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한 듯하다. 한국 시장에서 게이머들에게 많은 선택을 받는 제품 중 하나가 바로 ‘로지텍’이다. 다른 경쟁사에 대해서 대비하는 것이 있는가?
민: 얼마 전 우리는 미국 시장에서 로지텍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문신을 새기는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는데, 특정 브랜드 로고를 문신으로 새기는 경우는 애플과 바로 레이저 두 개뿐이다(레이저의 로고는 뱀 3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는 듯한 형상이다). 그만큼 사용자들이 제품을 사랑하고 인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나 인기를 돈으로 살 수는 없다. 우리가 ‘레이저 로고를 문신으로 새겨 주십시오’라고 많은 돈을 들여 홍보한다 해도 사용자들이 스스로 선택하지 않으면 절대 움직일 수 없지 않은가? 레이저 제품은 사용만 해보면 알 수 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
최근 선보인 스타크래프트 2 세트에 대해서
IT동아: 이번에 새로 출시한 스타크래프트 2(이하 스타 2) 세트에 대해서 궁금하다. 스타 2 내에 등장하는 유닛의 이름을 붙여, 키보드는 불곰(Razer Marauder), 마우스는 악령(Razer Specter), 헤드셋은 밴시(Razer Banshee)로 알고 있다. 이 제품들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한다.
민: 프로게이머와 이를 꿈꾸고 있는 게이머를 위한 기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블리자드와 협력해 선보인 것이 스타 2 세트이다. 가장 큰 특징은 바로 APM에 따라 LED 색상이 바뀌는 기능이다. APM은 Actions-Per-Minute의 약자로 분당 행동 수를 말한다. 즉, 1분 간 얼마나 빠른 속도로 손을 움직이는가에 따라 LED 색상이 바뀌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APM 라이팅 시스템(APM Lighting System)’이라고 하는데, 선수의 APM에 따라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에서 다른 LED 색깔이 표시된다.
IT동아: LED 색깔이 바뀌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민: e-스포츠는 많은 사람이 관람하면서 즐기는 프로 스포츠다. 선수의 조작, 컨트롤 패턴과 같은 작은 변화에도 많은 이들이 반응한다. 따라서 그에 따라 마우스, 키보드의 LED가 시시각각 변화한다면 이를 관람하는 관객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퍼포먼스’인 셈이다. 이는 프로게이머에게도 유용하다. 자신의 진영이나 유닛이 공격 당하면 이제는 키보드나 마우스의 LED 색깔을 보고도 한 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게임을 하는 이와 이를 보는 이 모두에게 흥미와 재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게 APM 라이팅 시스템이다.
한편, 악령 마우스는 대부분의 게이밍 마우스처럼 DPI를 설정하고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바꿀 수 있다. 제품 하단에 버튼이 있어서 미리 설정해 놓은 수치로 금방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스타 2와 같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는 작은 마우스를 선호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크기를 작게 도안하면서 그립감을 높였다. 아울러 마우스 클릭 강도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불곰 키보드는 빠른 명령어 입력을 강조한 키보드다. 키와 키캡 사이에 최적의 공간을 조절하기 위해 레이저는 65개에 달하는 모델을 만들어 테스트했다(다른 제조사는 1개 모델만 적용한다). 이로써 각 키의 높낮이를 다르게 조절해 신속한 명령어 입력이 가능하도록 했다.
밴시 헤드셋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블리자드와 같이 공동 개발한 제품이다. 이퀄라이져(EQ, 음향효과), 음높이, 볼륨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는 설정 유틸리티가 포함되어 있고, 휴대가 편리하도록 탈부착이 가능한 마이크 붐을 적용했다.
IT동아: 이번 지스타 2010에서 블리자드가 ‘디아블로 3’를 관객들도 직접 시연해 볼 수 있도록 해 화제다. 향후 스타 2뿐만 아니라 디아블로 3를 위한 제품도 준비하고 있는가?
민: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스타 2세트는 단순히 게임에 묻어서 홍보하기 위해 만든 제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진정으로 게이머의 게임 능력을 향상시켜주기 위함이다. 그런 의도로 볼 때 디아블로 3는 스타 2와 같은 장르의 게임이 아니라 생각한다. 인기가 있는 게임이라고 그와 관련된 프로모션 제품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디아블로류와 같은 MORPG 게임을 위한 마우스는 따로 제작할 의도가 아직은 없다. 만약 MMORPG와 같은 게임에 맞는 마우스를 찾는다면 우리 제품 중 ‘나가(Naga)’를 추천해 주고 싶다.
IT동아: 지금까지 긴 인터뷰에 응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IT동아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민: 아직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잠시만 기다려달라(그는 실제로 5분 정도 고민을 거듭했다). 지금까지 여러 제품을 이미 한국에 출시한 바 있지만, 이제 막 한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지금껏 그래 왔듯, 앞으로도 게이머에 의한, 게이머를 위한 기술과 디자인을 입힌 제품을 선보일 것이며, 나아가 한국 게임 산업을 후원할 계획도 가지고 있으니 기대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정말 게임을 잘하고 싶다면 레이저를 꼭 사용해 보라.
인터뷰 후기
인터뷰 당일 바로 전날 새벽에 부산에 도착한 민 CEO는 마치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 한 게임을 막 끝내고 나온 동네 형과 비슷한 인상을 풍겼다. 그리고 인터뷰하는 내내, 회사에 대한 자신감과 게이머를 위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은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명함에 들어 있는 직함이 기억에 남는다. ‘Chief Gamer’. 그는 CEO이기 이전에 한 명의 게이머인 것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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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전세계 게이머들을 위해 다양한 게임 전용 주변기기를 제조하는 업체가 레이저(Razer)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칼스버그에 본사를 둔 레이저는 ‘게이머에 의한, 게이머를 위한’ 주변기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모토로 하고 있다. 주요 제품군으로는 스피커, 헤드셋, 키보드, 마우스, 마우스패드 등이며, 국내에도 ‘데쓰에더’와 같은 스테디셀러가 오랜 동안 게이머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IT동아는 국내 최대의 게임박람회인 지스타 2010 행사에 참가한 레이저 공동설립자인 민 리앙 탄(Min-Liang Tan, 이하 민) CEO와 만남을 갖고 향후 한국 시장에 대한 판매 전략과 게이머 전문 주변기기 제조업체 CEO로서 가지고 있는 생각 등을 들어 봤다.
IT동아: 세계 시장에서 레이저는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사실상 한국 시장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레이저’라는 브랜드를 잘 모르는 국내 사용자에게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민: 레이저는 1998년 공동설립자인 ‘레이저가이’ 로버트 크라코프와 같이 설립했으며,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주변기기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전문 게이밍 주변기기 제조사다. 설립시기부터 지금까지 각 게임의 프로게이머들과 협력해 그들의 의견이 듣고, 게이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주변기기를 개발, 생산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세계에서 인정하는 e-스포츠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라 한국 시장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한국 시장만을 위한 다양한 제품과 많은 활동을 기획하고 있으니 관심을 부탁한다.
IT동아: 방금 로버트 크라코프를 ‘레이저가이’라고 말한 것처럼 민 자신도 ‘레이저맨’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레이저가이’, ‘레이저맨’에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민: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회사를 대표하는 두 명의 CEO로 더 친근감을 표현하기 위한 한 방법일 뿐이다. 부가 설명을 하자면, ‘레이저가이’ 크라코프는 언론을 상대하는 제품 홍보 일을 주로 하고, 나는 제품 전반의 디자인과 기획을 세우는 일에 더 몰두하고 있다.
IT동아: 그렇다면 회사 내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담당하고 있으며, 어떤 의도로 회사를 설립했는지 알려달라.
민: 나는 레이저에서 회사의 장기적인 목표, 전략, 계획, 정책 등을 기획하고 수립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내 명함에 CEO라는 직함 외에 ‘Chief Gamer’라는 것을 볼 수 있듯이, 나는 스스로 게이머라는 사실을 공개하고 싶다. 과거 한국에서 활동했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기욤 패트리’와도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 사이이다. 게임을 직접 즐기는 것을 좋아했고, ‘게이머들이 원하는 기능을 담아낸 마우스나 키보드는 없을까?’라는 생각에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다. 즉 게이머를 위한 제품은 게이머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IT동아: 레이저를 비롯해 한국 내에 진출한 게이밍 주변기기 제조업체가 여럿 있다. 게이머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이런 고가의 제품들을 어떻게 소개하고 홍보하는지 궁금하다.
민: 게이머를 위한 회사들은 사실상 시장에서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꼭 어떤 방식으로 제품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없다. 그저 프로게이머나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적합한 제품을 만들면 그만이라 생각한다. 제품의 디자인(외형만이 아니라 성능, 기능 등을 포함한다)을 바꿈으로써 게임을 ‘더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일단 한번 경험해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시장에 처음 제품을 출시할 때, 유명 프로게이머를 내세워서 홍보하면 효과적일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예를 들어, 제품 박스에 임요환이나 이윤열 선수 등의 모습을 새겨 넣으면 될 것이다. 하지만, 레이저는 그런 홍보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품 개발에 더 투자하고 있다.
최근 레이저 제품을 사용하는 한국 프로게이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제품을 따로 제공하지 않아도 한국 프로게이머들은 레이저 제품의 성능과 기능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이머를 위한 제품을 잘 만들어 그들이 인정할 만한 수준이 되면 일반 사용자들도 자연스레 그들을 따라하게 될 것이고, 이는 제품 판매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본다.
IT동아: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한 듯하다. 한국 시장에서 게이머들에게 많은 선택을 받는 제품 중 하나가 바로 ‘로지텍’이다. 다른 경쟁사에 대해서 대비하는 것이 있는가?
민: 얼마 전 우리는 미국 시장에서 로지텍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문신을 새기는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는데, 특정 브랜드 로고를 문신으로 새기는 경우는 애플과 바로 레이저 두 개뿐이다(레이저의 로고는 뱀 3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는 듯한 형상이다). 그만큼 사용자들이 제품을 사랑하고 인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나 인기를 돈으로 살 수는 없다. 우리가 ‘레이저 로고를 문신으로 새겨 주십시오’라고 많은 돈을 들여 홍보한다 해도 사용자들이 스스로 선택하지 않으면 절대 움직일 수 없지 않은가? 레이저 제품은 사용만 해보면 알 수 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
최근 선보인 스타크래프트 2 세트에 대해서
IT동아: 이번에 새로 출시한 스타크래프트 2(이하 스타 2) 세트에 대해서 궁금하다. 스타 2 내에 등장하는 유닛의 이름을 붙여, 키보드는 불곰(Razer Marauder), 마우스는 악령(Razer Specter), 헤드셋은 밴시(Razer Banshee)로 알고 있다. 이 제품들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한다.
민: 프로게이머와 이를 꿈꾸고 있는 게이머를 위한 기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블리자드와 협력해 선보인 것이 스타 2 세트이다. 가장 큰 특징은 바로 APM에 따라 LED 색상이 바뀌는 기능이다. APM은 Actions-Per-Minute의 약자로 분당 행동 수를 말한다. 즉, 1분 간 얼마나 빠른 속도로 손을 움직이는가에 따라 LED 색상이 바뀌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APM 라이팅 시스템(APM Lighting System)’이라고 하는데, 선수의 APM에 따라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에서 다른 LED 색깔이 표시된다.
IT동아: LED 색깔이 바뀌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민: e-스포츠는 많은 사람이 관람하면서 즐기는 프로 스포츠다. 선수의 조작, 컨트롤 패턴과 같은 작은 변화에도 많은 이들이 반응한다. 따라서 그에 따라 마우스, 키보드의 LED가 시시각각 변화한다면 이를 관람하는 관객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퍼포먼스’인 셈이다. 이는 프로게이머에게도 유용하다. 자신의 진영이나 유닛이 공격 당하면 이제는 키보드나 마우스의 LED 색깔을 보고도 한 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게임을 하는 이와 이를 보는 이 모두에게 흥미와 재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게 APM 라이팅 시스템이다.
한편, 악령 마우스는 대부분의 게이밍 마우스처럼 DPI를 설정하고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바꿀 수 있다. 제품 하단에 버튼이 있어서 미리 설정해 놓은 수치로 금방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스타 2와 같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는 작은 마우스를 선호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크기를 작게 도안하면서 그립감을 높였다. 아울러 마우스 클릭 강도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불곰 키보드는 빠른 명령어 입력을 강조한 키보드다. 키와 키캡 사이에 최적의 공간을 조절하기 위해 레이저는 65개에 달하는 모델을 만들어 테스트했다(다른 제조사는 1개 모델만 적용한다). 이로써 각 키의 높낮이를 다르게 조절해 신속한 명령어 입력이 가능하도록 했다.
밴시 헤드셋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블리자드와 같이 공동 개발한 제품이다. 이퀄라이져(EQ, 음향효과), 음높이, 볼륨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는 설정 유틸리티가 포함되어 있고, 휴대가 편리하도록 탈부착이 가능한 마이크 붐을 적용했다.
IT동아: 이번 지스타 2010에서 블리자드가 ‘디아블로 3’를 관객들도 직접 시연해 볼 수 있도록 해 화제다. 향후 스타 2뿐만 아니라 디아블로 3를 위한 제품도 준비하고 있는가?
민: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스타 2세트는 단순히 게임에 묻어서 홍보하기 위해 만든 제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진정으로 게이머의 게임 능력을 향상시켜주기 위함이다. 그런 의도로 볼 때 디아블로 3는 스타 2와 같은 장르의 게임이 아니라 생각한다. 인기가 있는 게임이라고 그와 관련된 프로모션 제품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디아블로류와 같은 MORPG 게임을 위한 마우스는 따로 제작할 의도가 아직은 없다. 만약 MMORPG와 같은 게임에 맞는 마우스를 찾는다면 우리 제품 중 ‘나가(Naga)’를 추천해 주고 싶다.
IT동아: 지금까지 긴 인터뷰에 응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IT동아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민: 아직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잠시만 기다려달라(그는 실제로 5분 정도 고민을 거듭했다). 지금까지 여러 제품을 이미 한국에 출시한 바 있지만, 이제 막 한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지금껏 그래 왔듯, 앞으로도 게이머에 의한, 게이머를 위한 기술과 디자인을 입힌 제품을 선보일 것이며, 나아가 한국 게임 산업을 후원할 계획도 가지고 있으니 기대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정말 게임을 잘하고 싶다면 레이저를 꼭 사용해 보라.
인터뷰 후기
인터뷰 당일 바로 전날 새벽에 부산에 도착한 민 CEO는 마치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 한 게임을 막 끝내고 나온 동네 형과 비슷한 인상을 풍겼다. 그리고 인터뷰하는 내내, 회사에 대한 자신감과 게이머를 위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은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명함에 들어 있는 직함이 기억에 남는다. ‘Chief Gamer’. 그는 CEO이기 이전에 한 명의 게이머인 것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 포털 내 배포되는 기사는 사진과 기사 내용이 맞지 않을 수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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