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다이어리] 김도훈 코치 “친정에 비수 꽂아야죠”

입력 2010-1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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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코치. 스포츠동아DB.

김도훈 코치. 스포츠동아DB.

전북 창단멤버 8년전 성남으로 이적…“동국이 눈에 밟히지만 챔프 욕심나”
2002년 겨울이었습니다. 축구선수로는 적지 않은 32살의 나이. ‘노장’ 김도훈(사진)은 밤샘 고민 끝에 어려운 결단을 내립니다. 그라운드를 좀 더 누비고픈 마음에 창단멤버로 오랜 기간 몸담은 전북을 떠나 성남에 둥지를 틀기로 합니다.

‘전성기 다 지난 선수를 왜 데려오느냐’는 구단 일부의 반대를 일축하듯 그해 정규리그 28골로 득점왕과 팀 우승을 함께 거머쥐며 화려하게 부활합니다.

그렇게 성남은 그에게 ‘제2의 고향’이 됐습니다. 2006년 은퇴 후 코치로 첫 해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는 수석코치로 아시아 무대를 제패했습니다. 챔피언십에서도 진군 중입니다.

그런데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걸려 있는 준PO 문턱에서 만난 팀이 공교롭게도 친정팀 전북이네요. 작년 챔피언결정전에서 쓰디 쓴 패배를 안겨줬던 바로 그 팀입니다.

올해 유독 리그 우승에 욕심을 내는 이유가 있습니다. 2006년 팀이 정상에 오를 때 공격 담당 코치였습니다. 우성용을 그해 리그 득점왕에 올려놓은 숨은 주역이었죠.

김 수석코치는 “선수시절 우승할 때보다 오히려 더 기쁩니다. 이런 게 바로 지도자의 가치라는 걸 그 때 느꼈죠”라고 회상합니다. 지금은 당시보다 권한이 훨씬 커졌습니다. 수석코치로 공격 뿐 아니라 감독 바로 아래서 선수단 전체를 총괄합니다. 그만큼 책임도 무겁습니다.

전북에는 성남에서 떠난 두 노장 김상식과 이동국이 있습니다.



자신이 7년 전 힘든 결정을 내릴 때가 생각나 지금도 그들을 떠나보낸 아픔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통산 100골 돌파를 눈앞에 둔 후배 이동국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넵니다.

“부담을 안 가졌으면 좋겠어요. 동국이 목표가 100골은 아닐 겁니다. 더 많은 골 넣을 수 있는 선수니까요. 그런데 어? 우리랑 경기할 때 100골 넣으면 안 되는데…. 그렇다고 다음 시즌까지 미루기는 그렇고…. 아, 동국이가 골 넣고 우리 팀이 더 많이 넣어서 이기면 되겠네요.” 김 수석코치가 소탈하게 웃습니다.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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