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스포츠동아DB.
김기태 2군 감독은 “너 결혼했잖아. 이미 끝났잖아”라며 타박했다. 주위에서는 “골든글러브 시상식 때 화면에 잘 나오려고 그런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이진영은 “내가 무슨 골든글러브야”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화제는 자연스럽게 골든글러브로 옮겨 붙었다. 정재복이 밥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며 퉁명스럽게 “1루수 후보냐?”고 물었다. 옆에 있던 이동현은 반찬을 입에 넣으며 “지명타자나 대타 부문 아냐?”라며 거들고 나섰다.
방금 전만 해도 “내가 무슨 골든글러브냐”며 겸손해하던 이진영. 갑자기 얼굴이 터질 듯 부풀어올랐다. 그러면서 “내가 이래봬도 외야수 후보 중 타율(0.331)이 가장 높아. 대타로 나건 건 몇 게임 안 돼”라며 씩씩거렸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밥 먹는 일에만 열중했다. 이진영은 포기한 듯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골든글러브에 FA 모범생 부문은 없냐?” 동시에 “풉!”하는 소리와 함께 다들 입속 밥알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구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