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어도, 긁혀도 끄떡 없어? 모토로라 디파이(Defy) 스마트폰

입력 2010-12-07 12: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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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을 기점으로 국내에 스마트폰 사용자가 5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 정도 규모라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보급 단계를 넘어 안정기의 문턱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신제품이 나오기만 하면 기꺼이 지갑을 열어주는 ‘매니아’나 ‘얼라어답터’ 소비자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을 테니, 이제는 폭넓은 취향을 가진 일반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할 때라 할 수 있다.

다만, 스마트폰이라는 제품의 특성상, 탑재된 운영체제가 같으면 기능이나 활용도 역시 비슷해진다는 것이 문제다. 최근 국내 시장에 선보인 스마트폰들은 애플의 ‘아이폰’을 제외하면 거의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있다. 본체의 디자인이나 크기, 내장된 칩의 처리속도, 저장용량 등의 사양적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은 제품들이 대다수라 해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새로 선보인 모토로라의 새로운 스마트폰인 ‘디파이(Defy)’ 역시 안드로이드(2.1)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기본적인 기능은 여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모토로라 디파이는 그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굳건함’이다.

모토로라의 발표에 따르면, 디파이는 먼지가 많은 곳에서 사용해도, 거친 바닥에 긁혀도, 심지어는 비를 맞아도 고장의 걱정 없이 쓸 수 있다고 한다. 세심한 정밀기기라는 인상이 강한 스마트폰 중에 이런 컨셉의 제품은 그 동안 찾아볼 수 없었으니 차별화 전략 하나는 확실한 것이 아닌가 싶다. 스포츠나 나들이를 많이 하는 활동파 소비자들을 위한 스마트폰, 모토로라 디파이를 직접 사용해봤다.


'터프'한 스마트폰을 찾는다면 주목

디파이의 외견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터프(tough)함’ 그 자체다. 전반적으로 각진 부분이 없이 둥글둥글한데, 곳곳에 육각별 모양의 나사가 노출되어 있고, 그 외에는 그다지 눈에 띄는 부분이 없다. 심지어 스트랩 고리를 걸 수 있는 홈도 없다. 좋게 말하면 상당히 남성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약간 투박한 느낌도 없지 않다.


혹자는 스마트폰에 별도로 판매되는 실리콘 재질의 케이스를 씌운 것 같은 모양이라고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디파이의 후면은 광택이 전혀 없으며, 만져보면 마치 실리콘 케이스와 같이 약간 끈적한 느낌이 든다. 이러한 재질은 외부 충격에 강할 뿐 아니라 그립감도 좋은데, 덕분에 손에 한 번 잡으면 미끄러질 염려가 적고, 실수로 떨어뜨리더라도 흠집 걱정을 덜 수 있다. 따라서 이 정도라면 굳이 실리콘 케이스를 따로 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스마트폰을 구매하면 거의 필수적으로 부착하기 마련인 전면 보호필름도 그다지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디파이의 전면은 ‘고릴라 글래스(Corning Gorilla Glass)’라고 하는 강화 유리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스마트폰의 전면 부분은 손가락으로 문지르기만 해도 미세한 흠집이 나곤 하는데 디파이는 그렇지 않았다. 아무튼 디파이를 사면 실리콘 케이스와 보호필름 값을 아낄 수 있을 것 같으니 ‘짠돌이’ 소비자에게는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하겠다.


물에 젖어도 정상 사용 가능!

디파이의 최대 특징인 방수를 위한 설계도 곳곳에 보인다. 이어폰 단자나 USB 단자와 같은 모든 외부 단자에 별도의 마개가 각각 붙어있으며, 배터리 장착 부를 살펴보면 배터리를 빙 두르는 형태의 고무 마감재가 달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기가 침입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경로를 차단했다는 것인데, 모토로라의 발표에 따르면, 통화 중에 비를 맞거나 실수로 물을 쏟는 정도로는 안심이라고 한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생활 방수의 수준이기 때문에 디파이를 들고 잠수를 하거나, 통째로 물에 빠뜨리는 등의 상황에서도 완전한 방수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이에 실제로 작동 중인 디파이에 물을 붓는 테스트를 단행했다. 종이컵 반 정도를 디파이에 직접 부어보았는데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아무튼 이 정도 방수 처리가 된 제품이라면 자동으로 방진 처리도 되어있다는 뜻. 먼지가 많은 곳에서 사용해도 고장의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다.





무난한 화질의 LCD

다음은 디파이를 본격적으로 만져볼 차례다. 화면의 크기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S(4인치)’에 비하면 약간 작고 애플의 ‘아이폰 4(3.5인치)’에 비하면 약간 작은 3.7인치이니 평균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화면 해상도는 일반적인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들이 채용하고 있는 480 x 800보다 약간 높은 480 x 854라서 화면 위아래로 보다 여유로운 느낌이 든다.


디스플레이 방식은 몇몇 타사 제품들이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는 ‘아몰레드’나 ‘레티나 디스플레이’ 등과는 상관없는 일반 LCD다. 그럼에도 선명도나 색감은 일반 LCD를 채용한 스마트폰 치고는 우수한 편이라 웬만한 사용자라면 그다지 불만을 표하지는 않을 것 같다.


특성화 앱으로 매력 더해

스마트폰이라면 역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이하 앱)이 중요하다. 다양한 앱의 활용이야말로 스마트폰이 손안의 PC로 불리는 이유이며, 스마트폰이 일반 휴대폰과 구분되는 결정적인 이유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많은 제조사들이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자사 제품에 특화된 앱이 탑재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곤 한다.


디파이에 탑재된 앱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라면 역시 모토블러(Motoblur)다. 이는 일종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및 이메일 통합 관리 기능으로, 여러 가지 서비스 계정을 동시에 등록, 동기화 해준다. 특히 트위터, 페이스북, 이메일 등을 동시에 사용할 때 편리한데, 주소록에서 사용자 및 친구들의 업데이트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확인이 가능하다.


그 외에 눈에 띄는 디파이의 앱이라면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할 때 이동거리 및 속도, 칼로리 소모 등을 측정해주는 ‘바이크메이트’와 ‘런메이트’다. 디파이 자체가 야외 활동 및 운동을 많이 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고려해보면 적절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멀티미디어 관련 기능은 ‘글쎄’

디파이에 내장된 카메라는 500만화소다. LED 플래시를 함께 갖추고 있어서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을 때 유용하지만, 카메라 자체의 화질은 화소 수에 비해 썩 좋다고 하기 힘든 수준이다. 따라서 소소한 일상을 담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때 사용하는 정도로 만족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만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 DMB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모토로라에서 디파이 이전에 출시한 ‘모토로이’와 ‘모토글램’은 DMB 기능을 갖추고 있었기에 아쉬움이 더한다. 그래도 FM라디오 기능은 여전히 제공하고 있으며, 1280 x 720 정도의 고해상도 동영상을 무리 없이 구동할 수 있다는 점에 그나마 위안을 삼자.


사람을 가리는 스마트폰, 그것이 오히려 매력?

모토로라 디파이는 성능적으로는 기존의 스마트폰과 큰 차이점이 있다고 하긴 어렵다. 특히, 최근 나오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전반적인 성능이 향상된 안드로이드 2.2(프로요)를 탑재한 경우가 많은데, 디파이는 최신 제품임에도 안드로이드 2.1 버전이라는 점이 다소 마음에 걸린다. 모토로라 측에서 조만간 2.2로 업그레이드 해줄 것을 약속한 상태이니 이에 기대해 볼 따름이다(물론 언제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파이는 충분히 매력 있는 스마트폰이라 생각한다. 다만, 그 매력이 사람을 가리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안드로이드 2.2를 탑재한 스마트폰, DMB가 나오는 스마트폰, 카메라 화질이 좋은 스마트폰 등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물에 젖거나, 거친 표면에 긁히거나, 혹은 먼지가 많은 곳에서 사용해도 안심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외부 활동이 많거나 거친 운동을 즐기는 사용자, 혹은 가혹한 환경에 자주 노출되는 사용자에게 이만큼 견고한 스마트폰은 따로 없을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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