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부부의 생전 모습. SCMP·웨이보 갈무리

두 부부의 생전 모습. SCMP·웨이보 갈무리


평생을 검소하게 살아온 중국 상하이의 노부부가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 455명을 위해 약 11억 원을 기부하고 세상을 떠나 감동을 주고 있다.

6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은퇴한 교사와 의사인 두잉룽(杜英榮)과 그의 아내 루쑤잉(盧素英)의 선행을 소개했다.


● “은퇴 자금 남겨둬라” 직원 만류에도…

부부의 기부는 2018년 시작됐다. 버스를 타고 상하이의 한 대형병원을 지나던 두잉룽이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들을 도와달라’는 포스터를 우연히 본 것이 계기였다.

부부는 그 자리에서 어린이 10명을 지원할 수 있는 50만 위안(약 1억1000만 원)을 기부했고, 이어 450만 위안(약 9억9000만 원)을 추가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거액을 선뜻 내놓았지만, 정작 둘의 삶은 누구보다 검소했다. 당시 부부를 찾은 병원 직원이 낡고 허름한 집을 보고 “은퇴 자금을 좀 남겨두라”라고 만류할 정도였다.

하지만 부부는 “우리 둘 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연금도 받고 저축한 돈도 있으니 큰돈은 필요 없다”며 기부를 고집했다. 결국 이 기부금은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455명의 치료에 사용됐다.

몇 주 후 두잉룽은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아내 루쑤잉(92)은 집을 지키다 지난해 8월 별세했다.


● 부러진 안경과 빼곡한 가계부…검소한 생활에도 실천한 ‘나눔’

이후 자선재단은 부부의 집을 찾았다. 그곳에선 낡은 가구와 다리를 반창고로 고정한 안경이 발견됐다.

그런가 하면 매일의 지출 내역이 빼곡히 기록된 공책과 독서 노트도 수북히 쌓여 있었다. 생전 부부는 동네 식당에서 17위안(약 3800원)짜리 도시락을 사서 나눠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검소한 생활에서도 부부는 지역 사회에 온정을 나눠왔다.

2010년 칭하이성 위수 지역이 지진 피해를 입자 1만 위안(약 220만 원)을 기부했고, 식수난 지원 사업인 ‘어머니를 위한 물탱크’에도 1만 위안을 냈다.

2013년에는 쓰촨성 지진 피해 지역에 8만 위안(약 1760만 원)을, 현지 학생 교육을 위해 2만 위안(약 440만 원)을 기부했다.

부부의 장례는 마지막 뜻에 따라 지난 4월 해양장으로 치러졌다. 자선재단은 “이 두 분은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할 수도 있지만, 도움을 받은 455명의 아이들은 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