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 MBC ‘오즐’…, 정준호의 국회의원 개그의 위험성

입력 2010-12-12 09: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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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초 계획했던 수익사업을 통한 장학금 계획은 뒷전
● 국회의원 컨셉트 개그가 씁쓸한 뒷맛 남기는 이유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는 장기 침체에 빠진 MBC의 대표적인 취약시간대 프로그램이자 그만큼 변화의 물살이 거센 코너이다.


'일밤'이 방영되는 일요일 황금시간대(일요일 5시20분~8시)의 경쟁자인 KBS '해피선데이'와 SBS '일요일이 좋다'의 위세에 밀리며 시청률은 6~7%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MBC의 부활은 '일밤'의 명예회복에 달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하게 반전을 모색 중이기도 하다.

올 봄 대대적인 개편이후 '뜨거운 형제들' 코너의 '아바타 미팅'이 반짝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경쟁사의 '무한도전'이나 '1박2일'과 같은 유행으로 진화하지는 못했다. 결국 이어서 등장한 '오늘을 즐겨라(이하 오즐)'에 올해 개편의 성패가 달린 셈인데, 이 코너는 최근 여러 스포츠스타를 앞세운 참신한 기획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는 데는 성공했다.

'오즐'은 전설 속 스포츠 스타를 초청해 영화배우나 아이들로 이뤄진 연예인 그룹과 본격 스포츠 대결을 벌이는 코너이다.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와 42대1 하프마라톤 경기를 하고, 여자궁사 5명과 양궁 대결을 벌이며, 최근에는 유도선수 김재엽 선수와 30대1 유도 경기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그러나 추석 이후 본격화된 '오즐'의 스포츠 버라이어티로의 변신은 상당한 딜레마에 빠졌다. '오즐'의 기획 의도는 "오늘을 즐기는 방법을 모아 1년 후 책으로 출간하고, 그 수익금을 장학금으로 전달한다"인데, 이 취지가 스포츠 이벤트에 가려졌기 때문이다.

처음엔 바쁜 일상 속에서 경험하기 힘든 시를 낭독하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게임을 했던 '오즐'이 이젠 자극적인 스포츠 대결로 변신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논란이 된 정준호의 국회의원 개그, 무엇이 문제인가?

이와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별명이 정의원"이라는 정준호의 국회의원 개그이다.

MBC 드라마 '역전의 여왕'에서 부인 덕에 사는 찌질한 남편으로 나오는 정준호는 '오즐'에서는 세상과는 괴리된 거만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연기한다.

그는 동료 MC들을 향해 "오늘 즐거운 시간들 보내기 바랍니다"는 인사를 건네거나, 스쳐지나가는 행인을 붙잡고 일일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후배 개그맨을 마치 보좌관처럼 부리는, 이른바 '국회의원 개그'를 시도하고 있다.

'오즐'의 권석 PD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살려면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론을 펼친 바 있다. 정준호의 국회의원 컨셉트도 '진중하면서 허당이고 진국이기도 한 정준호의 실제모습'을 적극 활용한 기획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국회의원' 정준호의 행동 하나하나에 '정 의원님'이란 자막을 매번 내보낸다는 것이다. 1시간 방송 분량에 '정 의원'이라는 표현이 10여 차례 등장할 정도로 '오즐'은 정준호의 국회의원 컨셉트를 충실하게 홍보하는 장이 됐다.


▶정치판 연예인들을 일컫는 '폴리테이너'(Politainer)로 변신?

MBC 일밤 '오늘을 즐겨라'에서 '국회의원' 컨셉으로 출연중인 MC 정준호


정치권은 연예인의 대중성을 활용하고 싶어 한다. 연예인은 유명세를 이용해 정치인으로 변신하고 싶어 한다.

이미지가 좋고 야심 있는 연예인은 정치권 영입 1순위다. 연예인들의 정치화는 가장 첨예한 정치권의 이슈이기도 하다. 대중들은 이들을 '폴리테이너(politics+entertainer)'라고 비꼬아 부르기도 하지만 정치권은 선거가 닥치면 연예계 인사들을 든든한 지원군으로 끌어들인다.

정준호 역시 평소 정치를 하고 싶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었다. 그래서 정준호의 국회의원 개그가 위험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방송계 관계자는 "한두 번 재미삼아 국회의원 컨셉트를 내세울 수는 있지만 매주 공개적으로 '정 의원님'이라고 친절하게 부르고 자막까지 달아주는 것은 위험하다"며 "아직은 우리가 폴리테이너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청자들의 경우 "정준호가 정치권에 입문한다면 공중파에서 그의 선거유세를 도와준 꼴이 된다" "공중파의 위력을 감안해 정준호는 국회의원 개그를 자제해야 한다"는 중론 속에 "개그는 개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 오·감·만·족 O₂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news.donga.com/O2)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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