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이 ‘아이돌’ 보려고 8000명 몰렸다가 2명 질식사

입력 2010-12-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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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에 대한 10대 팬들의 열광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 열광이 때론 엄청난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1992년 미국 아이돌 그룹 뉴키즈 온 더 블록이 내한공연을 했을 때 벌어진 사고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1996년 오늘, 대구시 우방랜드에서 일어난 사고는 10대들의 열광 너머로 문화 혜택에서 소외됐던 지방의 우울한 단면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조금은 궤를 달리 한다.

대구 MBC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방송이 예정됐던 이날 오후 4시50분쯤 우방랜드 대공연장 중앙광장 A출입구에는 무려 8000여명의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대부분의 관객은 10대였다. 이날 공연에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아이돌 그룹 H.O.T와 가수 김정민 등이 출연할 예정이었다.

이윽고 공연장으로 향하는 출입구 문이 열리자, 조금이라도 더 스타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폭 3m의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사고는 일어났다.

앞쪽 100여명이 잇따라 넘어지면서 결국 2명이 인파에 깔리며 질식사하는 참극이 벌어졌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 공연장의 최대 수용 가능 인원은 2500명. 수용인원의 세 배가 넘는 인파가 몰렸지만 경찰 등 안전관리 인력은 100여명에 불과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관리 인원으로 인해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경찰과 주최측은 2000여명의 관객이 몰릴 걸로 예상했고 이는 ‘안전불감증’이라는 고질적 병폐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이미 1년 전 10월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린 한 콘서트에 1만여명의 관객이 몰려 10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서울 등 수도권 대도시에 집중된 각종 공연과 행사 등 문화적 혜택에서 지방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당시 10대들 가운데에는 이 공연을 보기 위해 학교에서 조퇴하거나 아예 결석한 이들도 있었다고 언론은 전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이 같은 문화 소외 현상에 대한 사회적 고민과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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