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혹독한 경기불황에 출연료 삭감 코미디언 자살…그때 그일 여파는…

입력 2010-12-09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IMF 외환 위기때 미스코리아들이 금 모으기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1997년 11월22일자 조간신문들은 전날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 구제금융을 요청했다는 소식을 1면 톱기사로 다뤘다.

월급이 한 두 달씩 밀리는 등 극심한 불황의 늪에 허덕이던 서민들에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 뉴스였다. 12월1일 정부와 IMF의 지원 협상이 타결됐다는 긴급 뉴스특보가 생방송될 때서야 비로소 혹독함의 실체를 실감했다. 이른바 ‘IMF 체제’의 시작이었고 사회 전 분야에 걸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거품빼기의 서막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연예계도 IMF 한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1997년 오늘, KBS 라디오 진행자였던 개그맨 서세원을 비롯해 박찬숙, 이계진 등 20여명이 출연료 10%를 반납했다. 서세원, 이계진 등과 함께 TV MC로 각광받던 이상벽, 정은아, 손범수 등은 고액 출연료를 받는 진행자들이었다.

지상파 방송 3사는 고액 출연자들의 개런티를 동결하고 과소비를 부추기는 오락 프로그램 제작 및 방송을 자제키로 했다. 연기자들의 드라마 출연료와 작가 집필료는 더 이상 오르지 않았다. 1998년 1월1일부터는 방송사 자율적으로 방송 시간을 2시간 단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청률을 의식해 스타급 연예인과 작가 등을 잡으려고 고액 출연료를 ‘보장’하며 ‘거품’을 만들어낸 방송사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음반 도매상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어둡고 추운 사회 분위기와 정서를 반영한 발라드곡과 잠시나마 대중의 얼어붙은 가슴을 녹여주는 댄스음악만이 강세였다. ‘아이돌 그룹’의 원조격인 H.O.T와 S.E.S 그리고 핑클 등이 인기그룹으로 떠오르던 것도 ‘IMF 체제’와 무관치 않다.

‘IMF 체제’는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까지 바꿔놓았다. MBC 주말극 ‘그대 그리고 나’의 최진실이 극중 임신해 전업주부가 되는 설정은 직장 생활을 계속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일요 아침드라마 ‘사랑밖엔 난 몰라’도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는 것을 국내 여행으로 바꾸기도 했다. KBS 2TV ‘연예가중계’는 김미화와 조혜련 등 외제차를 국산으로 바꾼 스타를 포함해 ‘구두쇠’ 연예인들의 절약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불황으로 CF 모델료가 삭감된 것은 당연했다. 아예 모델을 쓰지 않거나 지난 필름을 ‘재활용’하기도 했고, 애국심에 호소하는 캠페인성 광고도 넘쳐났다. 비교적 높은 영화 출연료를 받던 배우들은 개런티를 자진 삭감하기도 했다.

‘연예인 정리해고’라는 말도 등장했다.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출연자수를 줄이는 ‘쉬운 길’을 택하면서 ‘생계형’ 연예인들은 갈 곳을 잃었다. 야간업소도 줄어든 손님과 경비 삭감으로 연예인 출연을 줄였다. 결국 1998년 1월 코미디언 이 모 씨가 자살하는 극심한 아픔을 겪기도 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