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대상 시상식] 박경훈 “실패한 감독에 기회 준 팀 감사”

입력 2010-1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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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플러로 멋을 부린 제주 박경훈 감독이 2010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뒤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머플러로 멋을 부린 제주 박경훈 감독이 2010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뒤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데뷔 첫해 K리그 감독상…축구인생과 감격 인터뷰

화려한 현역 불구 감독 첫 도전 좌절
한국서 열린 U-17월드컵 예선 탈락
교수 외도중 제주 부름 받아 준우승
“우승 감독 빙가다 계약 불발 덕봤죠”
“실패한 감독에게 기회를 준 구단에 감사한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박경훈(49) 감독이 데뷔 첫 해에, 그것도 준우승팀 사령탑으로 K리그 감독상을 받는 진기록을 세웠다.

박 감독은 20일 열린 2010 쏘나타 K리그 대상 감독상 부문에서 총 113표 중 87표를 받아 신태용(성남·23표), 빙가다(서울·3표)를 큰 차로 따돌리고 수상자가 됐다. 대학(전주대)교수로 재직하다 올 시즌부터 제주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데뷔한 해에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최고의 감독으로 공인받았다.

하지만 그의 지도자 생활이 올 해처럼 잘 풀렸던 것은 아니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김호곤 감독(현 울산 현대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로 ‘한국축구 최초 올림픽 8강 진출’의 성과를 냈던 그는 2006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처음으로 감독이라는 중책을 맡아 2007년 한국에서 열렸던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을 준비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개최국이었지만 조별리그에서 탈락의 쓴 잔을 들어야했다.

첫 도전에서 실패를 맛본 박 감독은 야인생활을 해야 했다. 2008년에는 전주대에 새롭게 개설된 축구학과에 교수직을 맡으면서 아예 현장을 떠났다. 대학에서 2년간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던 그는 2009년 말 제주로부터 감독직을 제안 받았다.

그에게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2007년 뼈아픈 실패를 맛봤기 때문에 다시 찾아온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그에게 다른 기회가 찾아오기 힘들었다. 제주가 만년 하위 팀으로 전락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단시간에 팀을 리빌딩해 성적을 낸다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 감독은 안정적인 대학교수직을 뒤로 하고 과감하게 도전에 나섰다.

그의 변신은 성공이었다. 박 감독은 간결하고 빠른 공격축구로 제주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선수들을 영입해 팀을 180도 바꿔놓았다. 훈련 방식도 다른 감독들과 달랐다. 양보다 질을 택했다. 훈련 시간을 짧게 하면서 집중력을 높였다. 몸 관리는 선수 개인에게 맡겼다. 자율을 최대한 보장했지만 선수가 직접 책임지도록 했다.

‘박경훈표 축구’는 올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성적으로 이어졌고, 박 감독은 1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성과를 이루어냈다.


-감독상을 수상한 소감은.

“지난해 최강희 전북 감독이 감독상을 받는 것을 보면서 ‘나도 저 자리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년 만에 이 자리에 올랐다. 초보 감독이 감독상을 받아서 기존 선배 감독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 굉장히 영광스러운 자리다. 빙가다 감독에게 인사하러 가야 한다. 인사 안하면 삐진다. 어디 있는지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예상을 했는지.

“우승팀에서 최우선수도 나오고 감독상의 주인공도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빙가다 감독이 계약이 안 되면서 나에게 돌아온 것 같다. 그전까지는 당연히 우승한 팀에서 감독상 수상자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다음 시즌 목표는.

“올해 목표가 6강이었는데 챔피언결정전까지 갔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내년에 쉽지 않을 것 같다. 목표는 6강이다. 매 경기 열심히 우리의 플레이를 통해 최선을 다하다보면 우승까지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도 있는데 그 목표는 8강이다. 8강을 목표로 잡고 열심히 하다보면 전북이나 성남처럼 아시아챔피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롭게 도전하겠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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