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상·태극마크…2010년 최고의 해 윤빛가람] “K리그 재미없다고 했던 3년전 말실수가 약됐죠”

입력 2010-12-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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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축구가 낳은 최고의 히어로 윤빛가람이 대표팀 훈련 도중 가볍게 러닝을 하며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스포츠동아DB

올해 한국 축구가 낳은 최고의 히어로 윤빛가람이 대표팀 훈련 도중 가볍게 러닝을 하며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스포츠동아DB

쏟아지던 비난이 이 악문 계기
조광래 감독 만나 한단계 진보
황태자? 매일 혼나는 데 익숙
경남FC 윤빛가람(20)은 2010년을 화려하게 보냈다. 그는 K리그에 혜성처럼 등장해 생애 단 한번 밖에 기회가 없는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국가대표에 발탁된 것도 또 하나의 행운이었다. U-17 대표팀 시절인 2007년에 “K리그가 재미없다”는 발언으로 비난에 시달리며 사라졌던 유망주가 3년 만에 꽃을 피웠다. 대표팀이 23일 서귀포 전훈을 마치고 해산한 가운데 윤빛가람을 제주공항에서 만났다.


-2010년은 잊지 못 할 한해가 된 것 같다.

“목표로 했던 것들이 많이 이루어졌다. 대표팀 발탁과 K리그 신인왕 2가지 목표를 달성했다. 최종 목표였던 월드컵 출전은 아쉽게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옛날 마음고생을 다 털어버릴 수 있게 된 것인가.

“어렸을 때 실수했던 것이 오히려 약이 된 것 같다. 그 때 내가 한 말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 일을 계기로 더 이를 악물게 됐다. 올해 성과를 통해서 그 때 아픔을 많이 보상받게 된 것 같다. 그 간의 마음고생을 다 털어버린 것 같다.”


-출발점으로 돌아가 보자.

“경남에 입단하고 5일 만에 오른쪽 발등 뼈가 부러졌다. 출발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 때 조광래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훈련도 따로 시켜주셨다. 터키 전훈을 가서도 보충 훈련을 따로 해주셨다. 덕분에 빨리 프로에 적응할 수 있었다.”




-시즌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냈는데.

“처음 3경기는 벤치에서 시작했다.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 투입되기도 했다. 그런 적응기간을 거친 뒤 4번째 경기에서 선발 출전의 기회가 왔다. 예상보다 빨리 기회가 온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성과가 나왔다.”


-대표팀에서도 출발이 좋았다.

“많이 부족했는데 운이 좋았다. 조광래 감독님의 스타일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대표팀에서 경기에 나서니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조급함이 있었던 것 같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플레이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실력도 부족하고 경험이 없다보니 많이 모자랐다. 마음도 급했다. 나보다 뛰어난 선수들과 함께 뛰니 그들에게 빨리 볼을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내 플레이가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조광래호 황태자로 불리는데.

“황태자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감독님을 만나고 내 스스로 많이 변했다. 원래 서서 축구하는 스타일이었고, 오는 볼을 받아서 처리하는 식으로 축구를 했다. 그런데 감독님을 만나고 뛰는 양부터 달라졌다. 많이 혼나면서 배웠다.”


-얼마나 혼났나.

“벌칙을 받았다. 실수하면 팔굽혀펴기 등을 했다. 때로는 강하게 말로 혼나기도 했다. 그래도 욕은 안 들어봤다.”(웃음)


-대표팀에 소집된 후 처음에는 조 감독이 별말 안 했다고 들었는데.

“8월 나이지리아와 평가전을 앞두고 처음 대표팀에 합류했는데 감독님이 칭찬도 질책도 하지 않으셨다. 전혀 말씀을 안 하셔서 오히려 이상했다. 그런데 이번 전훈에서는 많이 혼났다. 휴가 때 오래 쉬고 와서인지 훈련 때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다. 혼 날만 했다.”


-혼나는 게 익숙한가.

“감독님 스타일을 워낙 잘 아니까 그게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나는 원래 혼나야 잘 하는 스타일이다. 이번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감독님께 죄송하다.”


-대표팀에 많이 적응했는지.

“처음보다는 많이 편해졌다. 이번 전훈에는 아시안게임 멤버들이 많아서 더 생활하기 편했던 것 같다. 아직 해외파 형들은 어렵다.”


-박지성 등 해외파들과도 친해졌나.

“다른 선수들처럼 자주 볼 수가 없어서 친해질 기회도 적었다. 내가 낯을 가리는 편이라서 먼저 다가서지 못했다. 친해지면 괜찮은데 아직 어렵다. 요즘 (기)성용이형하고는 자주 연락한다. 내가 먼저 연락했다. 신인상을 탄 뒤에는 축하 전화를 받기도 했다. 해외파 중 성용이형이 제일 편하다.”


-가장 닮고 싶은 선배는.

“수원 백지훈 선수다. 플레이 스타일을 닮고 싶다. 딱 보면 꾀돌이 같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나이지리아전에서 지훈이형하고 함께 볼을 찼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2011시즌 목표를 세웠나.

“올해 목표가 10골-10도움이었다. 그런데 이루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에 차출하면서 시즌 막바지에 도전해 볼 기회를 놓쳤다. 내년에는 반드시 10골 10도움을 기록해내고 싶다.”


-아시안컵에 가게 된다면 목표는.

“개인적으로는 베스트11에 들어 경기를 많이 나가는 것이고, 팀의 목표인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벤치에서 응원하게 된다고 해도 크게 실망하지 않고 형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겠다.”

서귀포|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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