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축구가 낳은 최고의 히어로 윤빛가람이 대표팀 훈련 도중 가볍게 러닝을 하며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스포츠동아DB
쏟아지던 비난이 이 악문 계기
조광래 감독 만나 한단계 진보
황태자? 매일 혼나는 데 익숙
경남FC 윤빛가람(20)은 2010년을 화려하게 보냈다. 그는 K리그에 혜성처럼 등장해 생애 단 한번 밖에 기회가 없는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조광래 감독 만나 한단계 진보
황태자? 매일 혼나는 데 익숙
국가대표에 발탁된 것도 또 하나의 행운이었다. U-17 대표팀 시절인 2007년에 “K리그가 재미없다”는 발언으로 비난에 시달리며 사라졌던 유망주가 3년 만에 꽃을 피웠다. 대표팀이 23일 서귀포 전훈을 마치고 해산한 가운데 윤빛가람을 제주공항에서 만났다.
-2010년은 잊지 못 할 한해가 된 것 같다.
“목표로 했던 것들이 많이 이루어졌다. 대표팀 발탁과 K리그 신인왕 2가지 목표를 달성했다. 최종 목표였던 월드컵 출전은 아쉽게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옛날 마음고생을 다 털어버릴 수 있게 된 것인가.
“어렸을 때 실수했던 것이 오히려 약이 된 것 같다. 그 때 내가 한 말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 일을 계기로 더 이를 악물게 됐다. 올해 성과를 통해서 그 때 아픔을 많이 보상받게 된 것 같다. 그 간의 마음고생을 다 털어버린 것 같다.”
-출발점으로 돌아가 보자.
“경남에 입단하고 5일 만에 오른쪽 발등 뼈가 부러졌다. 출발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 때 조광래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훈련도 따로 시켜주셨다. 터키 전훈을 가서도 보충 훈련을 따로 해주셨다. 덕분에 빨리 프로에 적응할 수 있었다.”
-시즌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냈는데.
“처음 3경기는 벤치에서 시작했다.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 투입되기도 했다. 그런 적응기간을 거친 뒤 4번째 경기에서 선발 출전의 기회가 왔다. 예상보다 빨리 기회가 온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성과가 나왔다.”
-대표팀에서도 출발이 좋았다.
“많이 부족했는데 운이 좋았다. 조광래 감독님의 스타일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대표팀에서 경기에 나서니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조급함이 있었던 것 같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플레이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실력도 부족하고 경험이 없다보니 많이 모자랐다. 마음도 급했다. 나보다 뛰어난 선수들과 함께 뛰니 그들에게 빨리 볼을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내 플레이가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조광래호 황태자로 불리는데.
“황태자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감독님을 만나고 내 스스로 많이 변했다. 원래 서서 축구하는 스타일이었고, 오는 볼을 받아서 처리하는 식으로 축구를 했다. 그런데 감독님을 만나고 뛰는 양부터 달라졌다. 많이 혼나면서 배웠다.”
-얼마나 혼났나.
“벌칙을 받았다. 실수하면 팔굽혀펴기 등을 했다. 때로는 강하게 말로 혼나기도 했다. 그래도 욕은 안 들어봤다.”(웃음)
-대표팀에 소집된 후 처음에는 조 감독이 별말 안 했다고 들었는데.
“8월 나이지리아와 평가전을 앞두고 처음 대표팀에 합류했는데 감독님이 칭찬도 질책도 하지 않으셨다. 전혀 말씀을 안 하셔서 오히려 이상했다. 그런데 이번 전훈에서는 많이 혼났다. 휴가 때 오래 쉬고 와서인지 훈련 때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다. 혼 날만 했다.”
-혼나는 게 익숙한가.
“감독님 스타일을 워낙 잘 아니까 그게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나는 원래 혼나야 잘 하는 스타일이다. 이번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감독님께 죄송하다.”
-대표팀에 많이 적응했는지.
“처음보다는 많이 편해졌다. 이번 전훈에는 아시안게임 멤버들이 많아서 더 생활하기 편했던 것 같다. 아직 해외파 형들은 어렵다.”
-박지성 등 해외파들과도 친해졌나.
“다른 선수들처럼 자주 볼 수가 없어서 친해질 기회도 적었다. 내가 낯을 가리는 편이라서 먼저 다가서지 못했다. 친해지면 괜찮은데 아직 어렵다. 요즘 (기)성용이형하고는 자주 연락한다. 내가 먼저 연락했다. 신인상을 탄 뒤에는 축하 전화를 받기도 했다. 해외파 중 성용이형이 제일 편하다.”
-가장 닮고 싶은 선배는.
“수원 백지훈 선수다. 플레이 스타일을 닮고 싶다. 딱 보면 꾀돌이 같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나이지리아전에서 지훈이형하고 함께 볼을 찼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2011시즌 목표를 세웠나.
“올해 목표가 10골-10도움이었다. 그런데 이루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에 차출하면서 시즌 막바지에 도전해 볼 기회를 놓쳤다. 내년에는 반드시 10골 10도움을 기록해내고 싶다.”
-아시안컵에 가게 된다면 목표는.
“개인적으로는 베스트11에 들어 경기를 많이 나가는 것이고, 팀의 목표인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벤치에서 응원하게 된다고 해도 크게 실망하지 않고 형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겠다.”
서귀포|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