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팬 구율화의 회상] 마당쇠 피처 안영명 복귀…한화팬엔 우승같은 선물

입력 2011-0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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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8일, 안영명-장성호 선수의 트레이드가 발표된 그 날 이후 내게는 버릇이 하나 생겼다. 어떤 시점이나 사건을 되돌아볼 때 6월 8일을 기준으로 가늠해 보는 것이다.

‘아, 이때는 안영명 선수가 우리 팀에 있었지’라고 생각하며 멍해지곤 했던 그 날들. 생각해보니 그건 실연한 사람들이 주로 하는 행동이었다. 어쩐지. 당시에 온갖 이별 유행가의 가사들이 모조리 내 얘기 같더라니.

그렇게도 그 트레이드가 마음 아팠던 것은, 이글스의 팬들이 워낙 이별에 익숙하지 못한 탓이기도 하지만, 안영명 선수가 팬들에게 너무나 각별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팀이 필요로 하면 닥치는 대로 보직을 맡아 묵묵히 던져 주던 선수. 가장 영광된 자리가 아닌 그 뒤편에서 꾸준히 한걸음씩 걸어가던 은근과 끈기. 어느 여름날, 마운드에서 뺨을 맞으면서도 고개 한번 돌리지 않던 뚝심.

그러니 그의 트레이드를 보며 이성적으로 손익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했다.수많은 한화팬들이 분통을 터뜨렸고, 내 지인은 어떻게든 프리에이전트(FA) 때 다시 데려오겠다며 적금에 가입했는데, ‘네 돈으로 데려오는 거 아니다’라고 아무리 말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정도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레전드의 산실, 프랜차이즈의 고향, 내 선수를 끝까지 보듬어 은퇴시키는 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아는 의리의 팬들이니까.

8개월여 만에 다시 한화로 돌아오는 그를 보면서도 역시 머리보다 가슴이 앞선다. 뭇 사람들이, 트레이드 된지 1년도 안돼 보상 선수로 받아오는 법도 있느냐며 비웃을지라도, 결국 이범호-장성호 트레이드에 안영명만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는 말이 들려도, 마냥 좋다.

자꾸만 비죽거리며 올라가는 입꼬리를 손으로 끌어내려야 할 정도로 기쁘기 한량없다. 타지에서 고생하던 자식이 고향으로 돌아오면 이런 기분일까. 어서 버선발로 뛰어가 손부터 맞잡아 주고 싶은 심정이다.

어쩌면 안영명 선수보다 더 전력에 도움이 되는 선수를 보상 선수로 택하는 것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여 그랬다 한들 아무 상관없다. 내게 있어 야구는 승부 이전에 추억이다. 안영명 선수가 다시 돌아옴으로 인해 나는 오랜 세월 그와 함께 한 추억과, 같이 키워 온 꿈을 되찾았다. 그건 우승, 4강, 연승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내게 소중하다.

참 속도 없다는 말을 들은들 어떠랴. 어차피 바쁘고 정신없는 이 세상에서, 이렇게 야구에 목매고 있다는 것부터가 이성이나 계산속과는 거리가 먼 일이니 말이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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