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에서 듣는다] ‘도약의 칼’ 가는 LG 박종훈 감독 “견뎌라! 싸워라! 건방져져라!”

입력 2011-0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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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종훈 감독이 선수들을 향해 “더 건방져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는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박 감독의 특별주문이다.

5개월째 훈련? 우리에게 피곤은 사치… 작은 이병규·정의윤 진화…‘빅7’경쟁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LG는 올 시즌 도약의 칼을 갈고 있다. 지난해 10월초 돌입한 마무리훈련부터 3월초 스프링캠프까지 이어진다. 장장 5개월의 기나긴 여정으로 거의 시즌에 맞먹는 기간이다. 캠프만 하더라도 진주∼남해∼플로리다∼사이판∼오키나와로 무려 5곳이나 옮겨다녔다.

LG 선수들은 “제2의 시즌이다”, “차라리 빨리 시즌이 왔으면 좋겠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선수들을 혹독한 훈련으로 내몰고 있는 LG 박종훈 감독을 오키나와 이시가와 구장에서 만났다.


-시즌 준비가 길다. 이렇게 긴 훈련은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사실 길긴 길다.(웃음) 선수들과 코치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그러나 목적이 있는 긴 여정이다. 처음엔 선수들이 질리기도 하고, 걱정하기도 했으나 점차 훈련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 선수들이 피곤을 느낀다는 건 사치라고 생각한다. 전력이 구축되면 컨디션 조절이 우선시 되겠지만, 지금 우리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시간이다. 분명한 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건 없다. 지옥 같은 훈련을 통해 성장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LG를 떠올리면 ‘빅5’부터 생각난다.

“작은 이병규가 스프링캠프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숙해진 것 같다. 군대에서 제대한 정의윤도 스프링캠프에서 보니 1군에 충분히 포함될 만큼 타격 능력이 있다. 우리팀에 좌타자가 많기 때문에 우타자로 활용가치가 큰 선수다. 결국 7명이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자리 정리가 필요하지 않겠나.


“현재 박용택은 지명타자, 이택근은 1루수 쪽에 비중을 두고 준비를 하고 있다. 어쨌든 7명 중 5명을 라인업에 포진시키고, 2명은 전문대타나 상대팀과 상대투수에 따라 찬스 때 활용할 수 있다.”


-LG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결국 마운드가 관건 아닌가.

“당연한 말이다. 지난해 합류한 박현준과 김선규가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은 거지만 기존 투수들이 안주하던 모습에서 조금 더 바빠지는 것 같다. 희망적인 부분이다. 작년에는 4명의 선발을 정해놓고 나머지 5선발은 돌려가며 썼는데, 올해는 선발후보도 중간계투로 들어갈 수도 있다.”


-올해도 외국인투수에 LG는 운명을 걸어야하지 않겠나. 그동안 LG는 외국인투수 재미를 보지 못했다.

“용병에 대해 당연히 기대는 한다. 해주면 좋고, 아니면 말라고 뽑은 건 아니니까. 그러나 용병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면 못해줄 때 ‘올해도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에 감독은 물론 선수들도 무너진다. 그들이 무너져도 우리로서는 다른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최근 8년 연속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선수들의 정신과 자세에 대한 지적이 많다.

“미팅시간에 선수들에게 ‘과거는 잊자’라는 말과 ‘좀 더 건방졌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다. 좀 더 당당해졌으면 좋겠다. 과거는 과거다. 우리에겐 지금과 미래가 더 중요하다.”


-건방져져라? 무슨 뜻인가.

“외부시각은 ‘LG 선수들이 너무 야구 외적인 데 신경 쓴다’고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너무 착하고 순하다. 또 몇 년간 성적이 나쁘다보니 너무나 위축돼 있다. 선수들끼리 덕아웃에서 히히덕거리면 ‘쟤들은 야구도 못하면서 이빨 보인다’고 안 좋게 생각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자꾸 뒤로 숨는 것 같다. 그러다보면 오히려 더 개인주의로 흐른다.

다른 팀을 보라. 야구장에서 서로 웃고, 떠들고, 얘기해야 동료의식도 강해지고 끈끈해진다. 좀 건방져 보일 만큼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


-이번 캠프에서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선수들의 자세변화가 최고 성과가 아닌가 싶다. 고참들이 자기 입장을 배제하고 앞장서서 팀을 끌고가고 있어 보기가 좋다.

이병규 박용택 조인성 등이 애들 데리고 나가 고기도 사주고, 맥주도 사주기도 한다. 투수들이 자신의 공을 받아주느라 고생하는 포수들에게 장갑도 사주더라. 이병규가 공식 연습을 마치고 방망이를 치니까 다들 따라 나서 치기 시작한다. 이런 게 우리 팀에도 자리잡기 시작한 것 같다.”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목표란 게 기대치도 될 수 있겠지만 동기부여도 된다. 모든 프로는 전력이 약하든, 강하든 우승을 목표로 잡지 않으면 안 된다. 4위만 생각하면 항상 4위 주변에서 맴돌 수밖에 없다.

작년과 비교해 우리도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그러나 ‘LG가 변하고 있으니 기대해 주십시오’라는 말은 아끼겠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움직이는 걸 직접 보고 평가해줬으면 좋겠다.”우루마(일본 오키나와현)|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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