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기자의 여기는 터키] 정경호 “절친 박지성 은퇴 바람에 대표팀 희망이… ”

입력 2011-0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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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 정경호가 터키 안탈리아 전훈지에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하며 새 시즌에 대한 각오를 털어놓고 있다.

■ 강원 캡틴 정경호의 부활선언

저돌적 돌파 대신 패싱게임 훈련 올인
“태극마크 미련 버렸지만 팀 6강행 자신”
강원FC 관계자들은 터키 안탈리아에서 가진 전지훈련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가슴을 쓸어내려야했다. 주장으로 대들보 역할을 맡고 있는 정경호(31)가 돌파를 시도하다 상대 선수와 부딪힌 뒤 오른 발목을 절며 밖으로 나왔다. 2009년 창단과 함께 고향 팀 강원에 둥지를 튼 정경호는 부상으로 지난해 초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경력이 있어 우려가 컸다.

다행스럽게도 큰 부상은 아니었고, 팀 관계자들은 한숨을 돌렸다. 강원은 지난해 말부터 서서히 제 페이스를 찾고 있는 정경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올 시즌 팀의 6강 진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

● 조직 축구에 적응

이전 정경호의 장점은 저돌적인 돌파와 호쾌한 슛이었다. 그러나 이번 전훈에서는 그런 모습이 잘 나타나지 않았다. 최순호 감독은 철저하게 패싱 게임으로 경기를 풀어가길 원하면서 정경호는 자신의 스타일을 바꿨다.

“처음엔 감독님 스타일에 적응을 잘 못했는데 차츰 좋아지고 있다. 창단 첫 해 정강이 피로골절로 6개월을 쉰데다 복귀에 대한 욕심 때문인지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를 이해하고 따라하는데 새로운 걸 배우니 재미도 있다.”

정경호가 새로운 스타일에 적응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훈련일지다. 매일 컴퓨터에 훈련일지를 만들어 복습을 하면서 이해력이 빨라졌다고 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훈련일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복습도 되고 지도자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며 자신의 컴퓨터를 보여줬다. 학원을 다니며 배웠다는 파워포인트 프로그램 안에는 훈련과 경기 내용 등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 기분 좋은 터키 전훈

울산 소속으로 2003년 터키 안탈리아에 온 뒤 8년 만에 다시 이곳을 찾았다. 당시와 똑같은 훈련장과 숙소에 머물고 있다. 울산은 터키 전훈 이후 2003년∼2005년까지 3년간 우승 1차례, 준우승 1차례 등 좋은 성적을 거뒀다. 정경호에게는 기분 좋은 곳이다.

“팀과 저 모두 올해가 정말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축구인생에 있어 새로운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하고 있다. 안탈리아에서 전훈도 잘 마치고 해서 2011년은 잘 될 것 같다. 6강 진출을 통해서 정경호가 다시 살아났다는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고 싶다.”

그리고 또 하나 가족을 위해서도 정경호는 부활을 약속했다. 가족 모두 정경호의 활약상에 웃고 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는 “가족들과 항상 웃으며 행복하게 지내려면 제가 축구를 잘 해야 한다. 올해는 나, 우리 가족, 강원FC 팬들 모두 활짝 웃을 수 있도록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고 말했다. 올해 5월에는 둘째 아이도 태어날 예정이라고 했다.


● 친구의 얄궂은 대표팀 은퇴

2004∼2006년까지 대표팀에서도 많은 역할을 했던 그는 다시 한번 태극마크를 달아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절친 박지성(맨유)이 대표팀 은퇴를 하면서 대표팀 복귀가 쉽지 않게 됐다. 동갑내기 친구가 대표팀을 은퇴한데다 최근 대표팀에 새로운 어린 선수들이 많이 가세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조금의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녀석이 은퇴하니 ‘이제는 못 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팀에서 그 동안 많은 역할을 했고, 정상에 있을 때 그만두기로 한 지성이의 결정을 존중해주고 싶다.”

하지만 아직 버리지 않은 꿈이 있다. 해외진출이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진출을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지도자 준비를 위해서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 강원으로 이적하기 직전 해외진출의 기회를 잡았다가 고향 팀으로 이적했다는 그는 한번쯤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해외진출이 불가능하다면 절대 강원을 떠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올해로 3년 계약이 종료되지만 고향 팀에 계속 남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러기 위해서도 2011년이 그에게는 정말 중요한 해다.

“도민들은 상고와 농고 정기전 때문인지 화끈한 축구를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 팀 사정상 지금은 그런 축구를 하기 힘들다. 이런 부분에 아쉬움을 표시하는 팬들도 있는데 올해는 짜임새 있는 플레이로 좋은 성적을 거둬 도민들의 사랑에 보답하도록 하겠다.”

안탈리아(터키)|글·사진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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