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스포츠동아DB
오키나와 구시카와 구장 바로 옆에 위치한 실내 연습장. “돔”이라 불리지만 아무 것도 없고, 인조잔디가 깔려 있는 것이 전부인 이 장소에 한국시리즈 챔피언 SK 와이번스의 명운이 걸려있다. 지난해 12월21일 개시한 재활캠프가 어느새 두 달 가까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22명으로 시작한 재활멤버는 어느덧 8명으로 줄었다. SK가 비관 속에서 낙관을 찾을 수 있는 단초다. 그러나 그 8명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왜 김성근 감독이 매일 전화 보고를 거르지 않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포수 박경완 정상호, 투수 김광현 정우람 이재영, 야수 박재상이 이곳에 남아있는 주력 멤버다.
SK는 이곳에서 OK 사인이 나면 바로 김 감독이 지휘하는 고지캠프로 선수를 보내 실전에 임하도록 옮기는 시스템이다. 박경완, 정상호만 빼고 전원 개막전에 맞춰놓고 있다.
김 감독 이하 고지의 본진이 오키나와로 들어오는 16일, 어쩌면 김 감독이 없는 마지막 날이기에 봐줄 법도 하건만 오후 훈련은 진지했다.
다리가 아픈 박경완, 정상호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는 홍남일 트레이닝코치의 지시 아래 연습장을 쉼 없이 돌았다. 하루 20바퀴는 돈다고 했다.
이 사이에서 SK 에이스 김광현은 유독 힘겨워했다. 그러나 돌아오면 무릎을 꿇고 헐떡이면서도 다시 뛰라고 하면 군말 없이 전력질주를 거듭했다. 이제 페이스를 올려야 될 시점임을 자각하고 있는 자세였다.
이미 김광현은 13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정상 피칭을 감행했다. 30구부터 시작해서 점차 투구수를 올리는 단계다.
김광현은 “전력투구를 했다. 직구만 던졌다. 지금은 (구질 점검보다) 구위와 컨트롤을 끌어올려야 될 때”라고 밝혔다.
피칭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어떤 이상도 없었고, 감도 좋았다. 김 감독의 지시만 떨어지면 바로 재활조를 떠나 본진으로 합류할 수 있는 상황이다. 김광현은 “내 생각으로는 오키나와 평가전 막판쯤에는 실전등판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연초 인터뷰부터 단 한번도 긍정론을 편 적이 없었다. 이 회의론의 근저에는 김광현을 빼고 생각한 것이 컸다. 딱히 아팠던 것은 아니지만 안면 경련 탓에 훈련 출발 시점이 워낙 늦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따뜻한 오키나와에서 충실한 몸만들기의 결과, 현재로는 개막부터 김광현이 들어올 수 있다.
김광현은 2007년 데뷔 이후 단 한번도 SK의 개막전을 책임진 적이 없다. 유일하게 ‘멀쩡’했던 2008년은 제2선발로 시작했고, 2009년은 WBC 후유증. 2010년은 부상 재활 탓에 피치 못하게 슬로스타터로 시작했다.
김광현은 “구종을 하나 더 갖고 싶다”고 했다. “직구 슬라이더 커브가 있지만 구종은 많을수록 좋다. 체인지업을 익히고 싶은데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고 자꾸 공을 던지고 장난치는 과정에서 만들어질 것 같다”고 했다. 마음은 점점 실전으로 향하는 에이스다.
구시카와(일본 오키나와현)|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