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전영희 기자(왼쪽)가 플로리다 세인트피터스버그 넥센 캠프에서 ‘박찬호 도우미’로 이름을 떨쳤던 개리 셰필드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박찬호와의 추억
원정때 옆자리 찬호가 갈비 추천해줘
찬호 도우미? 에이스 였기에 더 집중
-LA 다저스 시절 박찬호와 동료였다. 어떤 사이였나?
“좋은 친구였다. 원정경기를 갈 때, 비행기를 타면 바로 옆자리에 앉아 많은 대화를 나누곤 했다. 박찬호가 내게 코리안 바비큐(갈비)에 대한 얘기를 했던 게 기억이 난다. 한국에 올 기회가 된다면, 그것을 꼭 먹어봐야 한다고 했다. (넥센 관계자는 선수단이 식사때 먹었던 갈비의 여분을 셰필드에게 싸 줬는데 아주 좋아하더라고 전했다.) 베로비치에 있는 스프링캠프에서 러닝을 함께 하기도 했다. 함께 아주 많이 달렸다.(웃음)”
-다저스 시절, 박찬호가 등판하는 경기에서는 항상 더 힘을 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나?
“나도 처음에는 몰랐다. 하지만 점점 내가 찬호가 등판하는 경기에서 더 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유를 묻자) 찬호는 당시 LA 다저스의 에이스였다. 에이스는 상대방의 에이스와도 자주 맞붙는‘큰 경기’를 자주 하게 된다. 그래서 나도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찬호도 내게 고맙다는 말을 종종 전했다. 그 덕에 내가 한국팬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갔다는 얘기도 오늘 들었다. 영광스럽다.”
-박찬호가 일본에 진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놀라면서) 아 그런가? 지금 처음 들었다. 작년에 피츠버그에서 뛰었던 것까지는 잘 알고 있었다. 솔직히 (일본을 포함해서) 아시아야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제 야구는 국제적인 스포츠가 됐다. 아시아선수들이 미국에서 뛰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실제로 내 친구도 대만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투수인 만큼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
● 조만간 공식은퇴 발표
현역 아듀…다음주 내로 은퇴 발표
여름 내한 빅리그 유망주 발굴계획
-한국에 올 계획이 있나?
“그렇지 않아도 올 여름 2주 정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넥센의 훈련을 보며, 한국선수들이 충분히 빅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봤다. 일단 한국선수들은 기본기가 뛰어나다. 넥센에서도 유격수와 클로저가 눈에 띄더라. 나는 앞으로 선수들의 매니지먼트와 어드바이저를 하고 싶다. 한국에서 훌륭한 선수들을 더 많이 찾아 볼 계획이다. 물론 넥센의 경기도 지켜볼 것이다. 시구는 시켜주면 해 보겠다.(웃음)”
-그러면 이제 새 팀을 구하지는 않을 것인가?
“그렇다. 이번 주나 다음 주 중에 은퇴를 공식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넥센에서 뛰기를 바라는 팬들은 좀 아쉬워하겠다.
“돈을 많이 준다면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다.(웃음)”
-한국 타자들의 훈련을 지켜보니, 냉정하게 어떤 점이 부족하던가?
“앞으로 몸이 쏠리면서 타격을 하는 경향이 다소 있는 것 같다. 이치로(시애틀)처럼 실전에서 앞으로 나가면서 치는 타자조차도 연습타격 때는 중심을 충분히 뒤에 둔다. 뒷다리에 힘을 모아야 좋은 타구가 나온다.”
● 타격폼 유래 & ML 성과
흔들흔들 타법은 나만의 타격 노하우
500홈런 보다 WS 우승반지 더 소중
-배트헤드를 앞뒤로 흔드는 독특한 타격준비 동작은 한국팬들도 익히 알고 있다. 선수들은 실제로 그렇게 치면 어렵다고 하던데?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루키 때 완성된 나만의 폼이다. 무작정 흔드는 것이 아니라, 투수가 릴리스를 할 때 투수 쪽으로 배트 헤드를 찍는 데서부터 스윙을 시작한다. 그리고 공이 투수의 손에서 떠나는 곳에 박스를 그리고 공을 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면 타이밍이 잘 맞더라. 사실 중요한 것은 스윙을 시작하는 단계부터지, 그 전까지는 타자가 가장 편한대로 하면 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특히 몸쪽 공에 상당히 강했던 타자로 기억하는데?
“나는 어릴 때부터 손(스윙)이 빨랐다. 그 부분은 어쩌면 하늘로부터 물려받은 것 같다. 그래서 타격을 할 때 몸쪽은 머리 속에서 비워뒀다. 가운데부터 바깥쪽에 포인트를 두고, 공을 봤다.”
-500호 홈런과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중 하나를 고른다면?
“야구는 팀이 하는 경기다. 물론 오랜 기간 동안 노력해 거둔 개인기록도 소중하지만, 내게는 챔피언반지가 더 가치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도 야구는 결코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세인트피터스버그(미 플로리다주)|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