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테이지] 빈민가서 쏘아올린 기적, 한국에 오다

입력 2011-03-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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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기적과 희망을 연주하는 카라카스 유스오케스트라.

카라카스 유스오케스트라 내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유스오케스트라가 내한 공연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 내한 못지않게, 그것도 프로 연주자가 아닌 청소년 단원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 하나. 이들이 베네수엘라의 음악교육 시스템 ‘엘 시스테마’의 소속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이다.

‘엘 시스테마’는 2008년 ‘기적의 오케스트라-엘 시스테마’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1975년, 갱들의 총격 소리와 마약, 폭력, 강간이 난무하는 빈민가에서 전과 5범 소년을 포함한 11명의 아이로 시작한 ‘엘 시스테마’. 음악을 통해 아이들을 보호하고,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탄생한 ‘엘 시스테마’는 현재 1만 5000명의 교사, 90개의 음악학교, 180군데의 교육장소(누클레오)를 두고 있으며 35만 명의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매머드 음악교육 시스템으로 성장했다.

다큐멘터리 ‘엘 시스테마’를 처음 본 충격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극빈층 자녀가 대부분인 아이들은 총에 맞을까 봐(실제로 총상을 입고 연습실에 나온 소녀도 있었다) 낮에도 마음껏 밖에 나오지 못하는 ‘지옥’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악기를 손에 쥐고, 노래 하며, 춤을 추는 순간만큼은 ‘천국’을 경험하고 있었다.

음계조차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4, 5세 어린이들에게 종이로 만든 바이올린, 첼로, 콘트라베이스를 쥐여 주고 정식 오케스트라 피트에 앉혀 입으로 연주를 지도하는 장면, 흰 장갑을 끼고 손으로 노래하며 청각장애아들,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빈민가 출신이지만 ‘엘 시스테마’를 통해 프로 연주자로 성장한 선배가 이들을 가르치던 모습 등 다큐멘터리는 그야말로 성장에 대한 감동의 모음곡 같다.

‘엘 시스테마’의 성공을 보며 한국의 음악교육 시스템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과 부모의 강압 속에 골방에 처박혀 하루 종일 바이올린을 턱에 괴고, 피아노 건반을 두드려야 하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자신이 쓴 교습서가 훗날 아이들에게 족쇄가 되고, 입시의 무게가 될 줄 바이엘과 체르니가 알았을까.

“음악을 통해 우리는 아이들에게 영적인 풍요를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풍요는 아이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될 것입니다.”

‘엘 시스테마’의 창시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71) 박사의 말이 옳다. 음악을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연주하게 가르친다는 교육론도 백번 동감한다. 영상으로만 보던 카라카스 유스오케스트라를 만나보고 싶다. 2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사진제공|크레디아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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