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원색 의상에 톡톡 튀는 저승사자 기대하세요”

입력 2011-03-2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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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드라마 ‘49일’ 주연 맡은 정일우

배우 정일우는 “드라마를 찍으면 꼭 살이 찐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편이라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49일'을 찍으면서는 입맛이 없단다. “그만큼 촬영이 즐거워요. ‘49일’ 찍는 동안은 살 찌지 않기가 목표입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다양한 톤 몸짓 표정으로 대본 연습하면서 내 모습 캠코더로 찍기. 녹화된 것을 보면 저도 웃음이 나거든요. 그리고 본방송은 동료 배우들과 같이 보기. 혼자 보면 심심해요. 여러 사람이 같이 봐야 더 재밌는 것 같아요.”

‘배우 100배 즐기기’ 비법을 묻자 손가락을 꼽아가며 답한다. 배우 생활이 그렇게 재밌냐고 묻자 “작품을 해야 에너지를 받고 힘이 생기는 것 같다”며 씩 웃는다.

배우 정일우(24)가 SBS ‘49일’로 돌아왔다.

‘49일’은 뇌사 상태에 빠진 신지현(이요원 남규리 분)이 깨어나기 위해 가족을 제외한 세 사람의 진심어린 눈물을 찾아다니는 내용의 판타지 멜로물. 그는 영혼을 사후 세계로 인도하는 ‘스케줄러’를 맡아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신지현을 돕는다.

“저승사자인데 요즘 시대에 맞게 스마트폰으로 사망 예정자를 확인해요. 사망 일정을 관리한다고 해서 ‘스케줄러’라고 불리죠.”

‘현대판 저승사자’인 만큼 검정 갓과 다크서클도 던져버렸다. 갈색 웨이브 머리에 파랑 빨강 등 눈이 시릴 정도의 원색 의상은 방송 초반부터 화제다.

“‘스케줄러 100배 즐기기’를 할 만큼 밝은 캐릭터라 최대한 화려하게 꾸미려고 했어요. 헤어스타일은 만화 ‘둘리’의 마이콜 곱슬머리나 각종 잡지 등에서 영감을 얻었고요. 의상은 마침 올해 트렌드가 컬러풀해서 맞아떨어지기도 했어요.”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다더니 스타일리스트와 쇼핑도 같이 하고 본인 의상도 종종 활용한단다.

의상 헤어스타일보다 더 튀는 것은 그의 출몰지. 툭하면 지붕 위에 서 있고 42층 건물 옥상 난간에서 기타를 치기도 한다.

“고소공포증이 없어서 다행이죠. 하하. 오히려 스케줄러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나이 직업 성격적인 제한이 없어서 좋아요. 휙 사라졌다가 나타날 수도 있고 막 웃다가 화낼 수도 있고요. 모든 걸 할 수 있는 존재니 감독님도 더, 더, 더 표현하라고 주문하시죠.”

불로장생 순간이동 등 인간들이 부러워하는 능력을 모두 갖춘 스케줄러지만 전생은 기억하지 못한다. 죽는 순간 모든 기억을 잃기 때문. 그에게 죽어서도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냐고 묻자 “어머니가 본인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망설였다.

“어머니요. 제가 유치원 다닐 때 어머니가 유학가시느라 3년 정도 떨어져 지냈는데 많이 그리웠어요. 어머니는 지금도 그때를 가장 미안해 하세요.”

‘49일’은 결국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49일 안에 눈물 세 방울을 얻지 못하면 신지현은 죽는다. 그는 만약 자신이 신지현의 상황에 처한다면 “배우 김범과 이민호, 나문희 선생님의 눈물로 살아날 것 같다”고 말했다.

“범이는 워낙 친동생 같은 동생이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인 민호는 데뷔 전 교통사고까지 같이 당했죠. 나문희 선생님은 저를 손자처럼 아껴주시고요.”

반대로 “소중한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난다면 언제나 눈물을 흘릴 것 같다”며 “지난해 6월 배우 박용하가 자살했을 때도 굉장히 가슴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고교시절 데뷔해 어느덧 6년차 배우가 된 정일우. “배우가 아니었다면 난 뭐했을까 생각해보면 생각나는 게 없을 정도로 만족한다”고 했다. 그에 비해 활동량은 많지 않다. 시트콤 한 편(‘거침없이 하이킥’), 영화 두 편(‘조용한 세상’ ‘내사랑’), 드라마 세 편(‘돌아온 일지매’ ‘아가씨를 부탁해’ ‘49일’)이 전부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1년 반 주기로 작품을 했어요. 공백기에 연기 연습을 많이 해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려는 마음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시간가는 게 아까워졌어요. 연기도 작품을 하면 할수록 느는 것 같고요.”

그간 출연 제의를 거절한 작품들이 ‘대박’나는 것 보면서 배 아팠겠다고 농을 건네자 “솔직히 후회할 때도 있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잘 되든 안 되든 일단 작품을 하는 게 좋겠다는 것을 느꼈다”고 웃는다.

“이제부터는 공백기를 최대한 줄이려고요. 영화 드라마 한 편씩 고민 중인데 일단 ‘49일’이 시작됐으니 촬영에 매진하다 끝나면 다시 생각해야죠. 올해 안에 두 작품 정도 더 하고 싶은데…. 저 오버하나요?”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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