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원준, 양승호 롯데 감독. 스포츠동아DB
그러나 롯데 양승호 감독은 다른 스타일이다. 푸근한 인상처럼 선수들을 따뜻하게 껴안은 스타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온화한 감독이라도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다. 일반회사 회식자리에서 사장이나 임원 주위에 아무도 앉지 않으려는 마음과 비슷하다.
29일 경기를 위해 숙소에서 광주구장으로 나서던 롯데 선수단은 버스에 남는 자리가 단 1개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평소 다른 차량으로 이동했던 트레이너들이 모두 동승했기 때문이다. 항상 비워뒀던 맨 앞, 감독의 옆자리에 누군가 앉아야 할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숙소에서 구장까지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참 부담스러운 자리다. 그 순간 모두 양 감독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지만 이제 프로 3년차 고원준만 빙그레 웃고 있었다.
양 감독은 고원준과 함께 자리에 앉았고 최대한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게 먼저 웃으며 말을 걸었다. 그러나 아뿔싸, 그 순간부터 고원준은 쉬지 않고 감독에게 질문공세를 이었고, 개인적인 상담까지 계속했다. 양 감독은 경기장에 도착해 “오히려 내가 어려웠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대담한 성격을 가진 마무리투수 고원준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광주|이경호 기자 (트위터 @rushlkh)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