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사커] 이근호 “세계가 나의 무대…꿈 접지 않았어요”

입력 2011-07-0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일본 J리그에서 활약하며 축구국가대표팀에 재승선한 이근호는 아픔을 씻고 부활하고 있다. 3월 온두라스와의 A매치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펼치는 이근호.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꿈에 그리던 대표팀 복귀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대지진과 쓰나미 등으로 일본에 정말 큰 일이 벌어졌었잖아요. 한동안 J리그가 중단되기도 했고요.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서 그간 못했던 시합을 치르느라 정신없네요. 매주 2경기씩 하는데, 정말 힘들어요. 지금 이 순간도 도쿄로 이동하는 중이에요. ㅎㅎ”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달았어요. 느낌이 어땠어요.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이런 인터뷰도 너무 오랜만이고 솔직히 축구 팬들로부터 잊혀지진 않았을까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올해 3월 다시 대표팀에 갔을 때는 뭐랄까. 모든 부분이 너무 새로웠죠.^^ 설렘 반, 두려움 반? 다시 시작하는 느낌? 예전 익숙한 대표팀이 아니고, 처음 가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6월 다시 파주NFC에 들어갔을 때도 3월보다는 나아지긴 했는데, 낯설다는 느낌은 여전했죠.^^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해요.”


-K리그에 승부조작이란 큰 일이 벌어졌어요. 그곳 분위기는 어때요.

“너무 이슈가 커서 답답해요. 동료들하고 자주 통화를 나누거든요. 너무 심각해서 마음이 좋지 않네요. 여기 일본 선수들도 그 얘기들을 엄청나게 해요. 일본 스포츠신문에도 자주 한국 축구 얘기가 자주 나와요. 몇 가지는 저보다 더 먼저 알 때도 있어요. 여기서 동료들이 물어보면 무조건 모른다고 입을 닫아 버리죠. 솔직히 기분 나쁘고 좋지 않은 일인데.”



○일본 생활 그리고 나의 꿈

-일본 생활도 벌써 꽤 하셨어요.


“여기(일본)에 온지 3년을 좀 넘겼어요. 처음보다는 많이 적응 된 것 같아요. 처음 왔을 땐 그냥 축구만 해서 그런지 모든 게 어색했죠. 그런데 요즘은 말도 알아듣고, 말도 하다보니 축구 외적으로도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ㅋ”


-일본어 공부 열심히 하는 것 같네요.

“예, 일본어 공부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개별적으로 공부하다가 교토 시절 (이) 정수 형을 가르쳤던 과외 선생님을 소개 받았죠. 작년은 구단이 붙여준 통역에 의존한 채 전혀 공부를 안 했죠. 이제 말씀드리지만 당시만 해도 일본에 이토록 오래 있을지 몰랐거든요. 솔직히 ‘난 곧 떠날 사람’이란 생각도 했어요. 그렇게 한 시즌을 보내고 감바 오사카에 이적하게 됐어요. 아차, 싶었죠. 그 때부터 죽기 살기로 열심히 공부해요.^^;”

-유럽 진출의 꿈은 접으셨어요.

“조금은 두려웠어요. 준비가 덜 됐었다는 생각? 솔직히 마음의 준비가 잘 안 돼 있었어요. 남아공월드컵 엔트리에서 탈락한 게 정말 큰 시련으로 다가왔죠. 자신감이 부족했다는 생각 등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어요. 사실 어떤 에이전트 분이 도와주신다고 했는데, 몇 차례 유럽 진출을 꿈꾸다 실패하다보니 여러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예전 이근호 선수의 모습이 아닌데요. 꿈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어디로 가고 싶어요?

“기회만 된다면 어디든지 좋아요. 이근호란 축구 선수가 얼마나 세계에 통할 수 있을지도 확인해보고 싶고. ㅋ. 사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처럼 빅리그가 아닌, 조금은 수준이 낮은 리그라도 도전하고 싶어요. 꿈을 포기하진 않았답니다. 지금도 알아보고 있어요. 올해 소속 팀과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폭 넓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뒀죠.”


-김승용 선수와 같은 팀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아시아쿼터 중 한국 선수들이 인정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능동적이고, 팀이 원하는 바를 희생해서 잘 풀어나가고요. 너무 자랑인가? ㅋ.”


-태양의 아들이란 별명 외에 일본에서 불리는 닉네임 있나요.

“한국에서처럼 태양의 아들로 많이 부르기도 하고. 동료들이 ‘구노’로 부르더라고요. 진짜 본명인 줄 착각하는 친구들도 있다니까요.”


○나를 붙잡아준 친구들

-대구FC에서 뛸 때 애인과 찍은 사진이 한참 화제가 됐는데.


“4년을 만난 여자친구와 올해 초에 헤어졌어요. 아, 이런 얘기는 조금 부담스러운데. 정말 좋은 분이었는데, 제가 제대로 챙기지 못했어요.”


-일본에서 외로울 때 뭐해요.

“주로 일본어 공부를 하고요. 동료 김승용이 있으니까 함께 놀아요. 승용이랑 쇼핑하러 가거나 인터넷 하고. 가끔 밥 먹으러 나갑니다. 쉴 때가 가장 외로워요. 운동을 할 때는 아무 느낌이 없다가 운동을 쉬는 날, 휴식이 주어질 때면 외롭다는 생각 많이 해요.”


-한국인 2명이 같은 팀에서 뛰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은.

“한국말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게 가장 좋아요. 승용이랑은 고교 동창이고,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어요. 너무 잘 아니까 편하고요. 마음 맞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좋고. 굳이 꼽는다면 서로 경쟁해야 한다는 점. 에이, 그것도 좋은 점이네요.”


-85년생 나비효과 모임에서 박주영이 결혼 첫 스타트를 뗐어요.

“85년생, 올림픽대표, 오장은 박주영 김승용 등이 친구죠. 그리고 백지훈 김진규 정성룡 등 빠른 85년생 형들이 회원인데요. 가장 많이 모일 수 있는 날로 정해서 2∼3년 전까진 거의 다 모였었는데, 지금은 많이 만나지 못하고 있어요.”


-축구 말고 꼭 해보고 싶은 게 뭐죠?

“여행? 미국에 꼭 가보고 싶어요. 주변에서 다녀왔다는 분들이 하나같이 추천을 하시더라고요. 얼마나 좋은지, 축구 생각 하나도 하지 않고 배낭을 둘러메고 가봐야죠.”
▲생년월일 : 1985년 4월 11일


▲신체조건 : 177cm 74kg


▲학력사항 : 부평동중-부평고


▲경력사항 : 2005∼2006(인천 유나이티드) 8경기, 2007∼2008(대구FC) 59경기 23골 9도움,2009∼2010년 6월(주빌로 이와타) 36경기 13골, 2010∼현재(감바 오사카) 45경기 7골 5도움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