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48% “이대호, 미친 방망이…전반기 MVP”

입력 2011-07-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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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호. 스포츠동아DB. 

야구계 파워엘리트 50명 설문
“전반기 MVP·신인왕·기량발전상·재기상 누구?”

“홈런·타점 등 타격 4개부문 1위…추종 불허”
팀성적 4강권 밖에도 24명 압도적인 지지표
윤석민·오승환 6표 공동2위…이병규는 5표

80%가 신인왕에 배영섭 지목…임찬규 제쳐
8승 박현준 ‘기량발전상’…오승환은 ‘재기상’
프로야구가 반환점을 돌았다. 절반이 지난 현 시점에서 돌아보면 목표대로 순항하고 있는 팀도 있고,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힘겨워하는 팀도 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예상대로 호성적을 거두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예상 밖의 부진에 빠진 선수도 있다. 새로운 얼굴과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팀에 활력소가 되는 선수도 있고, 한동안 부진과 부상으로 신음하던 선수가 전성기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스포츠동아 ‘이슈&포커스’는 전반기 MVP와 신인왕 구도, 그리고 누가 가장 기량이 급성장했고, 재기에 성공했는지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전반기 MVP는 이대호, 신인왕은 배영섭

프로야구 MVP와 신인왕은 시즌 종료 후 기자단 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그래서 8개구단 코칭스태프와 선수 5명씩 총 40명, 그리고 해설자 10명을 설문대상자로 선정했다.

남은 절반의 시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히려 후반기에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는 선수가 시즌 MVP와 신인왕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레이스의 반환점을 돈 현 시점에서 중간점검을 한다는 의미에서 ▲전반기 MVP ▲전반기 신인왕 ▲전반기 기량발전상 ▲전반기 재기상 4가지 항목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투표 결과 전반기 MVP는 롯데 이대호가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이대호는 총 50명 중 절반에 가까운 24명(48%)에게 표를 얻었다. KIA 윤석민과 삼성 오승환이 6표로 공동 2위에 올랐고, LG 이병규(5표), KIA 이범호와 이용규(이상 3표)가 뒤를 이었다. 전반기만 놓고 봤을 때 신인왕은 삼성 배영섭의 독무대였다. 무려 40명(80%)이 배영섭의 손을 들어줬다. LG 임찬규는 8명에게 표를 얻었다.


○이대호와 대항마들


5일까지의 성적을 보면 이대호는 홈런(20)과 타점(64), 최다안타(97), 장타율(0.640) 4개 부문에서 단독 1위를 질주 중이다. 게다가 타율(0.367)과 출루율(0.448) 2위, 득점(46)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타격 7관왕에 오른 기세를 거의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도루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팔방미인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대호를 전반기 MVP로 평가한 대부분의 응답자는 “팀이 비록 4강밖에 있지만, 개인성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타격 7관왕에 올랐기 때문에 이대호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높아져 성적이 지난해보다 다소 떨어져 보일 뿐, 실상은 한국프로야구에서 차지하는 그의 존재감은 비교대상이 없다는 평가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만약 이대호가 없었다면 롯데는 더 가파르게 추락할 위험성이 높았다”면서 “롯데가 아직 4강을 포기하지 않는 힘도 이대호가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팀 성적이 밑바탕이 돼야 시즌 MVP도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다른 후보를 전반기 MVP로 꼽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런 관점에서 삼성 오승환과 KIA 윤석민이 6표씩을 획득했다. 하일성 해설위원은 “이대호의 개인능력과 결과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팀 성적을 고려하면 삼성 오승환이 전반기 MVP라고 본다”고 말했고, 이효봉 해설위원도 “다른 팀에는 없는 마무리다. 삼성 1위의 빼놓을 수 없는 원동력이다”고 평가했다. 오승환은 5일까지 23세이브 1구원승을 거둬 팀의 42승 중 57%에 관여했다. 2위가 SK 정대현과 넥센 송신영의 9세이브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마무리 분야에서는 독보적 존재감이다. 방어율은 0점대(0.81)다.

윤석민은 9승으로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초반에 구원으로 나서 1세이브를 올리기도 했다. 선발 마운드가 탄탄한 KIA에서도 윤석민이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에 팀이 상위권으로 치고 오를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다승 1위 아닌가. 팀이 우승후보로 올라서는데 에이스로서 공헌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병규를 전반기 MVP로 꼽은 사람도 5명으로 집계됐다. 양상문 해설위원은 “8년간 4강에 오르지 못했던 팀을 현 성적으로 이끈 공로가 있다”며 이병규를 선택했고, 넥센 김민성은 “지금 LG가 상위권에 있는 원동력이라고 본다. 결정적인 순간 잘 쳤고, 최고참으로서 팀 분위기를 만드는 데 많은 역할도 하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시즌 초반부터 KIA 팀 타선을 이끈 이범호와 최근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이용규도 3표씩을 받았다. LG 박현준, 삼성 박석민, SK 정우람은 팀성적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점에서 1표씩을 얻었다.


○이대호는 “이범호”, 이범호는 “이대호”

그렇다면 가장 MVP 표를 많이 얻은 이대호는 누구를 전반기 MVP로 지목했을까.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KIA 이범호를 선택했다. 이대호는 “새 팀에서 적응하기 쉽지 않은데 팀이 어려울 때 큰 힘이 됐다. 성적도 빼어나다”면서 “LG 이병규 선배도 MVP 경쟁을 펼칠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본다면 범호 형이 가장 좋은 활약을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범호는 이대호를 찍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시즌 MVP라 하면 팀 성적을 많이 보는 시각이 있는데 개인성적만 놓고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발군의 기량을 발휘한 이대호가 MVP다”고 말했다. 뒤늦게 이대호가 자신을 전반기 MVP로 꼽았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이범호는 “정말이냐? 왜?”라고 되물으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배영섭 신인왕 독주 속에 임찬규 복병

신인왕 구도는 삼성 배영섭과 LG 임찬규 2명만 후보로 꼽혔다. 시즌 초반만 해도 LG 임찬규가 신인왕 후보로 주목을 받았으나 최근 임찬규의 갑작스러운 부진과 배영섭의 지속적인 약진이 어우러진 결과로 분석된다.

배영섭은 공수주에 걸친 맹활약으로 설문 참가자 50명 중 무려 40명에게 표를 얻었다. 5일까지 팀이 치른 72경기 중 69경기에 출장해 0.310(239타수 74안타)의 타율로 타격 9위에 올라 있다. 25도루로 1위인 두산 오재원(28도루)을 바짝 뒤쫓을 정도로 발군의 주루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외야수로서 감각적인 타구 판단 능력과 빠른 발을 바탕으로 한 폭넓은 수비도 호평을 받고 있다. 두산 정수빈은 “유신고의 희망이다”며 상대적으로 스타플레이어가 드문 모교 출신의 선배를 응원했다.

그러나 임찬규에게 표를 던진 사람도 8명이었다. 최근 다소 주춤하지만 19세 고졸 신인이 중간과 마무리를 오가며 33경기에 등판해 6승5세이브, 방어율 2.77의 성적을 올렸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불펜이 약한 LG로서는 임찬규가 없었다면 시즌 초반에 분위기를 타지 못했으리라는 것이다. 한화 장성호는 “중고가 아닌 완전한 신인이라는 점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신인이다”고 말했다. 배영섭은 대졸 출신에 3년생 중고신인이라는 점에서 임찬규가 신인왕 타이틀의 의미에 더 가깝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2명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시즌 후반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신인왕에 오를 것이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전반기 기량발전상은 박현준, 재기상은 오승환

올 시즌 기량발전상은 단연 LG 박현준에게 표가 몰렸다. 무려 33표를 얻어 2위인 KIA 김선빈을 크게 앞섰다. 박현준은 2009년 SK에 입단해 지난해 시즌 중에 LG로 트레이드됐지만 2년간 2승4패 방어율 6.39의 평범한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올 시즌 8승(5패)으로 다승 3위에 올라 LG 마운드의 대들보가 됐다. 젊은 선수 중에서는 삼성 김상수(3표)와 배영섭(2표)도 기량이 급성장한 선수로 꼽혔고, KIA 이용규는 그동안 좋은 기량을 보여줬지만 4할타율을 넘볼 정도로 더욱 발전했다는 의미에서 2표를 받았다. 한화 박정진은 늦은 나이에 기량이 만개했다는 점에서 역시 2표를 얻었다. 이밖에도 한화 김혁민과 양훈, KIA 이범호 등도 1표씩을 받았다.

재기상은 역시 삼성 오승환이었다. 무려 35표를 얻어 2위인 LG 이병규(5표)보다 월등히 많은 표를 획득했다. 부상과 수술로 최근 2년간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올해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점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이병규에 대해서는 “딱히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올 시즌 전반기 활약으로 보면 과거 전성기의 이병규로 돌아왔다”는 평가가 많았다. SK 글로버(3표)와 한화에 복귀한 가르시아(2표) 등 외국인선수도 2명이 포함됐고, KIA 김진우와 넥센 김수경을 선택한 사람도 있었다.


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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