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의 덕아웃 이야기] 야구선수 양영동을 키우기 위해 어머니는…

입력 2011-07-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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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영동. 스포츠동아DB

야구선수 양영동을 키우기 위해
어머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고교와 대학을 거쳐 프로에서의 짧은 2년까지. 14년 동안 해 왔던 야구를, 하나뿐인 아들이 그만 두겠다고 했다. “야구가 하기 싫어요.” 이유는 그것뿐이었다.

만류하는 부모를 조르고 졸라 시작했던 야구. 한 때는 그렇게 재미있었는데, 이제는 발목을 꽉 조이는 족쇄와도 같았다. 게다가 아들이 대학생일 때 아버지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원래도 형편이 좋지 못했던 가세가 더욱 기울었다.

그 후 어머니 홀로 식당일을 해가며 아들의 야구를 뒷바라지했다. 어머니는 그래서 더 아들의 좌절을 보고 싶지 않았고, 아들은 그래서 더 포기하고 싶었다. “경찰청 야구단 테스트 한 번만 받아 보자. 어차피 군대는 가야 하잖아.” 주름이 깊게 패인 손으로 아들의 팔을 붙잡는 어머니의 간청. LG 양영동(28·사진)은 차마 뿌리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은 “어머니 덕분에 내가 야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대학과 고교 졸업반. 하필 가장 중요한 시기에 성적이 가장 나빴다. “삼성에서 신고 선수(2006년 입단)로라도 나를 받아 줘서 고마웠다”고 말할 만큼. 결국 2년 만에 방출됐지만, 그는 “위기 때마다 붙잡을 수 있는 끈이 하나씩 남아 있었다”고 했다. 경찰청 야구단에 합격한 게 그랬고, 전역 후 다시 LG 신고 선수 테스트를 통과한 게 그랬다.

지난해 말 진주 마무리 훈련때 코칭스태프는 “남들보다 일찍 나와서 늦게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고 했지만, 양영동은 “나 같은 선수가 ‘열심히’조차 하지 않으면 야구 안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 최정옥(54) 씨는 아직 아들이 1군에서 뛰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없다. 아들이 만류했기 때문이다. “아직 전 실력도 경험도 부족해요. 어머니가 야구장에 오셨는데 제가 못 나가면 둘 다 마음 아프잖아요. 더 단단히 자리 잡고 당당하게 어머니를 초청할 거예요.” 그리고 그는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학창 시절 함께 야구했던 동기생들의 충고를 떠올린다.

“돌아보니 야구할 때가 가장 행복하더라. 너만은 어떻게든 야구 선수로 남아 줘라.”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양영동은 앞으로 “어떻게든 한 해, 한 해 더 붙잡아 놓겠다”고 했다.

스포츠1부 기자 (트위터 @goodgoer)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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