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율화의 더팬] 감동 부족한 올스타전, 왕년의 ★을 초대하자

입력 2011-07-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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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잠실구장에서 2011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린다. 그야말로 별들의 잔치이자 야구인과 야구팬의 최대 축제. 며칠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기대된다. 한 시즌에 치르는 숱한 경기 중 유일하게 승패에 초연할 수 있는 경기. 빈볼을 맞은 타자가 마운드로 달려가 투수를 포옹하거나, 거구의 홈런타자가 1번타자로 출전하는 등 의외의 이벤트 또한 행복한 마음으로 올스타전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다만 우리가 사랑하는 스타들이 애써 준비한 이벤트를 보면서 한편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즐겁게 웃으며 박수치지만 어딘가 감동과 진심이 부족한 버라이어티쇼를 보는 느낌이랄까.

야구가 주는 감동과 눈물은 현재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며, 야구팬을 오랜 세월 지탱해준 힘은 어쩌면 과거의 추억에 있는지도 모른다. 또한 지금 이 순간의 야구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지나간 시절의 환희와 좌절의 순간 덕분이리라. 그렇다면 우리가 그토록 환호하고 우리를 꿈꾸게 했던 그 시절의 별들을 그날의 주인공으로 초대하는 것은 어떨까.

한번쯤은 온전히 그들이 주인공인 무대를 보고 싶다. 1994년 한국시리즈 1차전 11회말, 통한의 끝내기 홈런을 맞은 당사자인 김홍집 선수가 다시 한번 당시의 상대 타자 김선진과 겨루는 모습을 보고 싶다. 1995년 세 번의 맞대결로 야구팬들에게 기막힌 명승부를 선사했던 당대의 에이스, ‘야생마’ 이상훈과 ‘배트맨’ 김상진의 맞대결도 꿈꿔본다. 비록 영광의 주인공이 아니라한들 또 어떠랴. 큰 경기에서 결정적 실수로 팬들의 가슴을 후벼 판 선수라도, 다시 한번 그라운드에 초대해서 따뜻한 박수를 받게 해준다면, 그 또한 훈훈하고 감동적일 테니 말이다.

몇 해 전, 삼성의 열성팬인 지인 한사람이 멀리 호주까지 가서 수소문 끝에 결국 박충식 선수(전 삼성)를 만나고 돌아온 일이 있다. 박충식 선수가 전설 같은 한국시리즈 15회 완투를 보여준 지 십수 년이 흘렀지만, 그 먼 곳까지 그를 찾아와준 팬을 만나 그 시절을 추억해보는 광경은 전해 듣기만 해도 가슴 뭉클하다. 그렇다면 그 감격적 상봉의 무대를 그라운드로 옮기는 것은 한층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비록 그들이 꿈과 청춘을 바친 그라운드에 기쁘고 행복한 추억만이 묻어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 고난과 좌절의 순간마저 우리는 사랑했음을, 그 뜨거운 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는 날들이 오기를 꿈꿔본다.

지나치게 허황된 꿈이라고? 본래 올스타전을 일컬어 꿈의 무대라 하지 않던가!

여성 열혈 야구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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