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동안 다 잊고나니 다시 잘 맞네요
LG 박용택(사진)은 올시즌 극과 극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즌 초반 타격 전 부문을 집어삼킬 듯한 기세를 보였으나 여름에 접어들면서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6월에 0.227(75타수 17안타), 7월에는 9일까지 0.174(23타수 4안타)의 타율에 그쳤다. 3할대 후반에서 고공비행을 하던 타율은 어느새 2할대로 추락했다. 오른쪽 허벅지도 좋지 않아 결국 10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열흘 만인 20일 1군 엔트리에 복귀하자마자 목동 넥센전에서 안타와 2루타를 때려내며 모처럼 힘을 냈다. 기나긴 어둠을 뚫고 돌아온 듯한 느낌. 21일 목동 넥센전에 앞서 만난 그는 “열흘 동안 좋은 시간을 보냈다”면서 “나를 비우는 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야구선수 대부분이 그렇지만 박용택은 유난히 예민한 성격이다. 고민도 많다. 엔트리에서 빠진 기간 고민의 조각들을 걷어내는 작업을 했던 모양이다.
그는 “남들은 ‘왜 그리 고민을 많이 하느냐’고 쉽게 말할지 모르지만 사실 야구선수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모두들 고민이 많다”면서 정성훈이 지나가자 “저 친구는 평소 행동을 보면 고민 없이 야구하는 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 고민이 다 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냥 삼진을 당하면 ‘투수 공이 좋았구나, 내 컨디션이 좋지 않구나’ 생각하면 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면서 “어디가 안 좋아서 그런 공에 스윙을 하지라는 생각부터 하게 마련이다. 그게 길어지면 결국 슬럼프가 되는 것 같다. 그동안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기술적인 부분보다 열흘 동안 고민을 없애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야구를 하다보면 생각이 많아서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생각을 비우는 작업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 고민과의 싸움을 끝내고 돌아온 박용택이 후반기엔 어떤 활약을 펼칠지 궁금하다. 그의 방망이 부활 여부에 LG의 4강행 희망이 걸려있다.
목동 | 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