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서해5도 배치 최신 음향탐지장비 성능 테스트”
북한은 지난해 8월 한국군의 서해 합동해상기동훈련이 끝난 직후 NLL을 겨냥해 해안포 130여 발을 기습적으로 쏟아 부었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은 한국군의 1차 경고통신을 받고도 100여 발을 더 쏘는 대담성을 보였다.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한국군이 서해 방어태세를 강화한 데 따른 무력시위이자 3개월 뒤 연평도 포격 도발을 노린 ‘예행연습’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10일 북한의 해안포 사격 양상은 달랐다. 북한은 이날 오후 1시와 7시 46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발, 2발의 해안포를 NLL 해상으로 발사했다. 1차 도발 직후 한국군이 경고통신을 했지만 북한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한국군이 대응사격을 한 뒤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5시간이 지나서야 2차 포격을 했다.
군 고위 소식통은 11일 “북측은 이번에 우리 군의 탐지 실태와 대응속도를 봐가며 낮과 밤에 걸쳐 용의주도하게 포격을 실시했다”며 “서해 5도에 배치한 HALO의 성능을 떠보고 추가 도발에 활용하려는 저의가 짙다”고 말했다.
지난달 연평도와 백령도에 배치한 HALO는 날아오는 포탄의 소리를 포착해 적의 포진지를 역추적하는 첨단 장비다. 군은 지난해 11월 연평도 도발 이후 대포병레이더를 보완하기 위해 영국에서 HALO를 긴급 도입했다. 대포병레이더는 운용시간이 제한되고 곡사포만 감지할 수 있지만 HALO는 반경 30km 내에서 발사되는 직사화기를 24시간 추적할 수 있다.
북한은 11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와 남북 군사실무회담 북측 단장 명의의 전통문을 통해 남측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앞두고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해 사건을 날조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황해남도 일대에서 거창한 대상물 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정상적인 발파 작업이 진행됐다”며 “발파 소리에 놀란 남조선 군부가 상황을 날조해 그것을 구실로 군사적 대응 행동에 나서는 추태를 부렸다”고 주장했다.
중국 매체들은 이날 “한국이 포격으로 ‘추정’되는 소리를 듣고 대응에 나섰다”며 은근히 북측 주장을 거들었다. 관영 신화통신은 “북한이 서해 5도 부근에서 인민생활을 개선하는 대형 시설 공사를 하면서 발파작업을 했는데 남측이 이를 포격으로 오인하고 서해에서 군사적 대응을 했다”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주장을 인용해 이번 사건의 개요를 보도했다.
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